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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국인 구금사태 계기로 대미투자 환경 바꿔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08 18:10

수정 2025.09.08 18:10

전문인력 취업비자부터 해결하길
트럼프 "신속 입국 가능케 할 것"
취재진과 문답 나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취재진과 문답 나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가 미국 이민당국에 체포·구금된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사태 이후 "대미 투자기업 인재의 신속하고 합법적인 미국 입국을 가능케 하겠다"며 문제 해결 의지를 밝힌 것은 긍정적이다.

그렇다고 이번 한국인 구금 사태의 충격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는 없다. 한국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를 적극 유치해온 미국에서 그 투자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인력의 인권마저 위협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대규모 투자를 받겠다는 미국에서 그에 합당한 합법적 체류를 뒷받침할 제도적 준비는 미흡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미 투자와 관련해 양국 간의 논의를 통한 제도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 투자는 투자대로 받아놓고 자국 내 외국 인력과 투자자에 대한 제도적 유연성은 무시했던 미국에도 재발 방지책을 당당하게 요구하고 따질 기회로 삼아야 한다.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비자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사실 우리 정부는 최대 1만5000개의 한국인 전문인력 취업비자인 E-4 신설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관련 법안이 미국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 사달이 난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정부는 미국과 외교협상을 통해 비자 해결에 쐐기를 박아야 할 것이다.

취업비자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소되지는 않는다. 취업비자로 인해 불거진 구금사태가 다는 아니다. 앞으로 그보다 더 큰 문제들이 돌출될 수 있다. 대미 투자와 공장 설립 과정에서 미국의 일방적 시행착오가 반복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구체적으로 현지 고용인력 채용부터 공장 건설 과정, 협력사 간 관계, 원재료와 반제품 수출입에 이르기까지 건건이 충돌할 소지가 많다.

외국 투자를 끌어오는 과정에서 일을 조급하게 진행한 미국에 이번 사태의 책임이 분명히 있다. 자국의 관련 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은 허술함도 드러났다. 대미 투자 건은 미국의 관세 압박 과정에서 미국의 요청으로 시작된 것이다. 미국의 복잡한 규제체계와 한국 기업의 투자관행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는데, 이를 조정하지 못했다.

기왕 진행되는 투자 건이라면 경제적 가치가 창출되는 투자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다. 이번 한국인 구금 사태를 계기로 양국 간 규제 투명성 제고, 사전협의 시스템 구축, 분쟁해결 메커니즘 마련 등을 협의해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국가 간 정책적 논의에 민간기업이 협조하는 방식으로 흘러가는 과정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국가 간 외교협상으로 더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