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토모 나라 'I Feel Like I Am So Far Away'
작품에 이끌려 더 깊이 살펴보면, 화면 속 어린아이나 강아지 등을 마주한다.
작가의 표현 방식은 시기에 따라 변화를 거듭했다. 초기에는 평면적이고 추상적인 공간에 인물을 띄우고 색조 변화를 강조했으며, 90년대 중반에는 탈을 쓴 대상이 등장했다. 근래에는 눈망울에 찬란함과 슬픔이 공존하는 세계를 담아내고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내며 발전했다.
이런 특징은 독일 거주 시절인 1996년 제작된 'I Feel Like I Am So Far Away'에도 잘 나타난다. 작품 속 티셔츠를 입은 강아지의 얼굴에는 인형 탈처럼 몽글몽글한 형체가 붙어있다. 강아지는 작가의 주요 모티브 중 하나로, 주로 주인과 떨어진 채 미지의 세계에 놓인 듯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어린아이처럼 불만과 반항심이 가득한 존재이기도 하다.
상아색 배경과 밝은 옷 색깔은 강아지의 존재감을 부각시킨다. 하지만 꼬리를 세우고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몸짓과 대조되는 표정은, 작품 뒷면의 문장이 담고 있는 고립감을 암시한다: "여기 이 벽 안에는 아무것도 없어. 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아…(There's nothing here…I feel like I am so far away…)"
이현희 서울옥션 아카이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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