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효과만큼 부작용도 상당
예산권 쥔 정부 눈치 보는 구조
신설 '금감위' 더하면 이중 통제
자율성·독립성 후퇴 논란 불가피
예산권 쥔 정부 눈치 보는 구조
신설 '금감위' 더하면 이중 통제
자율성·독립성 후퇴 논란 불가피
8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과 신설되는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이 함께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는 데 따른 예상 문제점들이 언급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고위당정협의를 거쳐 전날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방안’이 계획대로 내년 1월 2일 시행된다면 금감원은 지난 2007년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가 2009년 해제된 이후 17년 만에 조직의 지위를 바꾸게 된다.
현재 금감원은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공법상 '영조물 법인'으로 취급받는다. 국가사무를 수행하지만 특별한 목적으로 국가·공공단체 같은 일반 행정조직과 분리된 법인격을 갖춘 민간기구라는 뜻이다. 정부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운 위치를 확보, 금융감독에서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정부(재정경제부)의 통제를 받게 되고, 이 같은 가치는 희석된다. 업무나 인사에서 절차적 투명성이 높아진다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수많은 '결재' 속에 감독 기동성이 떨어지고, 인사·예산권을 쥔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새로 만들어지는 금융감독위원회까지 더하면 이중통제를 받게 되는 문제도 있다.
공공기관 지정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등의 적용을 받아 경영평가·재정평가 대상이 된다. 경영실적 평가가 부진한 경우 원장에 대해 해임 건의를 할 수 있다. 수익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닌 만큼 경영능력을 어떤 지표로 평가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남는다.
지난 2021년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의뢰로 작성된 '금융감독기구 체제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개편 방향'에선 금감원을 공적 민간기구로 둬야 하는 이유로 △정부·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 △정부 재원에 의존하지 않고 금융기관 출연금·분담금으로 자체 예산 확보 △금융 전문가 채용, 고임금 책정에 따른 우수 인력 확보 용이 등이 제시된 바 있다.
무엇보다 '관치'가 공식화된다. 이제까지도 금감원의 은행 대출금리 인하 압박 등을 두고 관치금융 지적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현실화되는 것이다. 또 금소원에도 검사권이 주어질 경우 금융사들은 건전성과 영업행위 모두에 대해 사실상의 정부 규제를 받게 된다.
금감원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다시 공공기관으로 지정한다면 정치적 입김과 외부 압력에 취약해져 금융소비자와 국민이 아닌, 정권의 이해관계에 좌우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금감원·금소원의 공공기관 지정은 금융감독 조직을 민간기구화하는 국제적 흐름과도 배치된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에서는 금융감독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고, 국제통화기금(IMF)도 '은행감독핵심원칙'을 통해 각국에 금융감독시스템 독립성 확보를 주문한 바 있다.
세계 주요국 역시 독립기구가 금융감독을 집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 등이 연방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구로 작동한다. 독일 연방금융감독위원회(FFSA),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 호주건전성감독청(APRA) 등도 정부에서 분리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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