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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불씨 된 ‘전기요금 차등제’… 내년 상반기 시행 불투명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08 18:40

수정 2025.09.09 09:31

"형평성 강화" vs "수도권 역차별"
지역·사업자 갈등 해결책 쉽지 않아
연구용역 발표 내년 4월 이후 연기
전문가 "갈등 크다면 재검토를"
갈등 불씨 된 ‘전기요금 차등제’… 내년 상반기 시행 불투명
내년 상반기 도입이 예고됐던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이하 전기요금 차등제)' 시행이 불투명해졌다. 전기요금 인상과 할인 지역을 정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이 맡긴 연구용역 발표가 내년 4월 이후로 미뤄졌고, 이에 따라 제도 시행은 사실상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연구용역 결과 도출 시기가 미뤄진 것은 지역간, 사업자간 갈등을 해소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내년 상반기 전기요금 차등제 불투명

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연구용역을 맡긴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전기요금 체계개편에 대한 연구'의 결론이 당초 예고했던 올해 연말이 아니라 내년 4월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연구는 전기요금 차등제를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예측·점검해보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연말에 연구 결과가 나오면 내년 상반기 추진을 검토했지만 연구 결과 발표가 미뤄지면서 내년 상반기 시행은 불투명해졌다.

2024년 기준 전력 판매량 대비 발전량 비율(전력자급률)이 낮은 곳은 총 3곳으로 서울(10.4%), 광주(9.3%), 대전(3.1%)이다. 반면 전력자급률이 100%를 넘는 지역은 부산(174%), 인천(186.3%), 강원(212.8%), 충남(213.6%), 전남(197.9%), 경남(123%) 등 6곳이었다. 이 같은 수치는 서울, 광주, 대전 등이 인천, 충남, 전남 등의 전력 발전에 의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원자력, 석탄화력, 풍력, 태양광 등 모든 발전소는 대형 구조물 설치가 필요하다. 여기에 지방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데 송전망 역시 대형 설비가 필요하다.

이 같은 상황에 따라 전력 생산 지역 주민들은 전력 소비 지역과 비교할 때 환경 피해와 사회적 부담을 감수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전기요금 차등제는 이 같은 구조가 불평등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지역별·사업자 갈등 불가피

문제는 지역별, 사업자별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전력 도매가격의 경우 지역기반 가격제(LMP)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 소비가 많은 지역에 신규 발전소를 건설하면, 다른 지역 대비 비싼 가격에 전기를 매입해주는 방식이다.

현재 전력 소비가 가장 많은 곳으로 서울, 경기, 인천 등이 꼽힌다. 인천을 제외한 서울, 경기는 자급률이 낮은 것은 물론이고, 당장 발전소 건설이 쉽지 않은 지역이다. 여기에 이미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많거나 기존 발전설비를 갖춘 지역의 경우 기존 사업자들이 역차별이라며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소매가격은 전력 자급률이 높은 지역은 전기요금을 할인받고, 낮은 지역은 가격이 올라가는 방식이 예상된다. 당초 정부는 수도권, 비수도권, 제주도 등 3개 권역을 기준으로 소매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정부가 초반에 검토했던 수도권, 비수도권으로 나눌 경우 전력 자급률이 높은 인천이 오히려 전기요금이 오르는 반면, 전력 자급률이 낮은 대전과 광주는 전기요금을 할인받는 구조가 될 수 있었다. 이를 광역단체나 기초단체로 구역을 세분화할 경우 더욱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한다는 점에서 갈등이 더 확산될 수 있다.
전기요금 차등제의 시행 취지에 오히려 역행하는 것이다. 여기에 2000만 인구의 서울, 경기에서 전기요금이 오를 경우, 내년 6월 지방자치단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지역별 차등 요금제는 도매는 사업자 간 갈등, 소매는 올라가는 지역의 반발이 예상된다"면서 "지역별 차등 요금제는 법적으로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을 뿐 의무 사항은 아니므로, 사회적 갈등이 크다면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