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초강경 추방’에 힘 실은 美 대법원

【뉴욕=이병철특파원】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이민 정책에 다시 힘을 실었다.

대법원은 3명의 진보 대법관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합리적 의심 없이도 피부색·언어·억양 등을 근거로 단속할 수 없도록 한 하급심 판결의 효력을 8일(현지시간) 정지시켰다.

앞서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 마메 프림퐁 판사는 지난 7월 트럼프 행정부의 단속이 헌법 제4수정 조항(불합리한 수색·압수 금지)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임시 제한 명령을 내렸으나 대법원이 이를 뒤집은 것이다. 프림퐁 판사는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로 제9연방항소법원도 그의 명령을 유지했지만 대법원의 보수 다수(6대 3) 구도가 이를 무력화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순찰 단속(roving patrols)을 법원의 간섭 없이 이어갈 수 있게 됐다"며 대승리라고 자평했다.

반면 미시민자유연맹(ACLU)은 "배지를 단 인종차별"이라며 반발했다. 실제 원고 중에는 미국 시민임에도 피부색과 언어 때문에 단속에 휘말린 사례가 다수 포함됐다.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반대 의견에서 "행정부는 저임금 노동에 종사하는 모든 라티노를 언제든 체포 대상으로 선언한 것과 같다"며 "헌법적 자유가 상실되는 것을 방관할 수 없어 반대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초강경 추방 정책에 사실상 면죄부를 부여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재선 당시 사상 최대 추방을 공약했으며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의 강도 높은 단속은 이미 이민자 사회의 불안과 항의를 불러왔다.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반발하는 시위에 대응해 주방위군과 해병대를 투입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미국연방대법원. 사진=연합뉴스

[e-mail] 이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