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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연준 압박, 인플레 부추긴다”…월가 거물 그리핀 경고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09 06:25

수정 2025.09.09 06:24

【뉴욕=이병철특파원】 미국 월가의 대표적 투자자인 켄 그리핀 시타델(Citadel)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압박을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많은 기업인들이 침묵을 지키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8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그리핀은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아니르 카샤프 교수와 함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공동 기고문을 게재, "트럼프가 연준 독립성을 훼손하면서 인플레이션과 장기금리 상승을 동시에 부추길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연준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이사 해임을 거론하며 중앙은행에 인플레에 관대한 태도를 강요하는 전략은 큰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며 닉슨 시절 연준 압박으로 촉발된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을 사례로 언급했다.

두 사람은 최악의 경우 연준이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 물가 상승을 방치하면 수 천만 은퇴자의 저축이 무너질 수 있고, 인플레 고통에 지친 고령층 유권자가 중간선거에서 정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악관은 반박에 나섰다. 백악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인플레 위기를 신속히 진정시켰다는 데이터가 명확하다"며 "연준이 금리를 내려 가계 부담을 덜고 경제·고용 성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발언은 기업계에서 드물게 나온 공개 경고다. 대형 은행 CEO들이 지난 여름 연준 독립성을 지지했지만 트럼프 직접 비판은 피한 것과 대비된다. 트럼프 지지자였던 그리핀은 이미 행정부의 무역전쟁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는 자신이 임명했던 제롬 파월 의장을 거듭 공격해왔으며, 연준을 'MAGA식'으로 재편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연준의 은행 규제 권한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커졌다.

그리핀과 카샤프는 "연준의 금리 인위적 인하가 경제 과열을 일으켜 물가 불안을 키울 수 있고, 연준 신뢰 상실은 장기 국채 금리를 더 끌어올려 정부와 가계의 차입 비용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십 년간 쌓은 정책 신뢰가 무한하지 않다. 신뢰가 훼손되면 시장은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 사람은 "대통령에게도 연준의 독립성이 최선의 이익"이라며 "정치와 무관하게 불편하지만 필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2022년 연준이 인플레 억제를 위해 뒤늦게 금리를 급격히 인상했던 사례를 상기시킨 것이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경제 정책의 신뢰는 절차 존중과 실행을 통해 천천히 쌓이지만, 무시되면 순식간에 잃을 수 있다"며 트럼프의 연준 압박이 되레 자충수가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