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50세 5개월 29일.”
이 숫자가 품고 있는 무게는 상상 이상이다. 한국 골프계에 새로운 역사를 쓴 이름, 바로 김현철(50)이다. 2003년 KPGA 프로(준회원) 입회 후 무려 21년 9개월. 마침내 50세의 나이로 KPGA 투어프로라는 꿈을 이뤄냈다.
지난달 22일, 전북 군산의 군산CC. KPGA 투어프로 선발전 본선 B조에서 공동 20위를 기록한 김현철의 이름이 호명됐다. 그는 역대 최고령 합격자라는 타이틀과 함께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열었다.
"본선 마지막 순간까지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는 그의 말에서 지난한 여정이 느껴진다. 특히 최종일 17번 홀, 티샷이 페널티 구역에 빠지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그 끈기가 결국 기적을 만들었다.
1975년생인 김현철은 1994년, 스무 살에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남들보다 늦은 시작이었지만, 그는 오히려 "늦었을 뿐"이라며 자신을 다독였다. 골프장 경기 운영 업무를 병행하며 잔디와 골프를 이해했고, 2003년 KPGA 프로 자격을 딴 뒤에는 레슨에 전념했다. 충북 청주에서 'T1 골프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수많은 후학을 길러냈다.
선수의 꿈을 잠시 내려놓았던 그를 다시 필드로 이끈 건 아내의 한 마디였다. "한 번 도전해봐라." 2024년 처음으로 챌린지투어에 나선 그는 다시 샘솟는 의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올 시즌 시니어투어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며 예열을 마쳤다.
이제 그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린다. "이제 출발선에 선 기분"이라고 말하는 그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올 시즌 KPGA 챔피언스투어 우승과 11월 KPGA 투어 QT 참가라는 원대한 목표를 품었다.
"우승으로 증명하겠다. 가족에게 자랑스러운 가장이 되고 싶다"는 그의 다짐은 단순히 한 개인의 성공을 넘어,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뜨거운 울림을 전한다. 김현철은 이제부터 시작이라 말한다. 그의 드라마는 이제 막 1막을 올렸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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