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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들이닥칠지 무서워" 美 마구잡이 이민 단속에 한인들 불안 고조

홍채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09 14:17

수정 2025.09.09 14:38

조지아주 한국인 수백명 체포 전날 LA 한인타운서도 단속 작전
한인타운 경기침체 등 악영향…"한국기업 투자, 한인 기여 큰데 배신감"
미국 취업 비자 관련해 제도 개선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ICE(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하는 영상을 공개했다.뉴스1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ICE(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하는 영상을 공개했다.뉴스1
[파이낸셜뉴스]【뉴욕·서울=이병철특파원 홍채완기자】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마구잡이식 이민 단속이 확산되면서 미국 거주 한인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한인들은 최근 한국의 막대한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을 상대로 대대적 단속을 벌였다며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다.

8일(현지시간) 미국 LA시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 이민 당국은 지난 3일 LA 한인타운 중심가에 있는 한 세차장을 급습해 직원 5명을 체포해갔다. 중무장한 단속 요원 10여명이 한인타운에 들이닥치면서 한인들을 놀라게 했다. 이에 캐런 배스 LA 시장은 관련 성명을 내고 "매우 우려스럽다.

이런 사업장이 표적이 되면 커뮤니티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민 커뮤니티는 우리 도시의 든든한 기반이고, 안전하게 보호 받고 지원 받을 권리가 있다"면서 "이러한 단속은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트럼프 정부에 항의했다.

미국에서 수년간 주재원으로 일해온 한국인 A씨는 "현지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한인들이 많이 힘들어한다"며 "비자 문제로 직원이나 인부를 고용하기가 어려워졌고, 이민 단속으로 경기도 많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인 운영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종종 전문 기술 인력이 필요한데, 현지 고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이전까진 비자 없이 한국에서 인력을 불러다 단기간 고용하는 사례가 빈번했었다"면서 "그러나 이번 조지아 사태로 더 이상 그렇게 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 직원들이 미국 현지 업무를 위해 단기 출장을 올 때에도 지금은 일반 관광객들처럼 ESTA(전자여행허가)를 받아 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단속 대상이 될 수 있어 앞으로는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LA한인타운.연합뉴스
LA한인타운.연합뉴스
최근 한인타운에서는 불법체류 신분인 종업원들이 단속을 피해 출근하지 않으면서 문을 닫는 업체들이 늘어났고, 불법체류 히스패닉계 주민들의 경제활동과 소비가 위축된 영향으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한인 업소들의 매출도 대부분 떨어졌다. 한인 식당을 거래처로 둔 업체 관계자는 "올들어 한인타운 내 매출이 10% 정도 줄어들었다"고 호소했다. 뉴욕에서 자영업을 하는 40대 B씨 역시 "한국이 미국에 투자를 많이 하기로 했는데 이렇게 한국인들을 잡아간 걸 보면 완전히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고 배신감을 드러냈다.

LA 다운타운 식당에서 일하는 히스패닉계 종업원들.연합뉴스
LA 다운타운 식당에서 일하는 히스패닉계 종업원들.연합뉴스
특히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 취업 비자와 관련해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LA 한인회의 제프 리 사무국장은 "이렇게 ESTA 소지자의 불법 취업 등 적발 건수가 많아지면 한국이 ESTA 적용 국가에서 해제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결국 그 피해는 한국인 전체가 볼 수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나서서 단기 고용·취업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편, 이날 미국 연방대법원은 진보 대법관 3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무부 요청을 받아들여 합리적 의심 없이 피부색·언어·억양 등을 근거로 단속할 수 없도록 한 하급심 판결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정부의 '법원 간섭 없는 순찰 단속'과 '배지 단 인종차별' 수위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