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美 조지아 구금사태에 노동계·시민사회 "폭력적 인권유린" 반발

장유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09 11:29

수정 2025.09.09 11:29

美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서 이민자 단속
단속 현장서 韓 노동자 손·발 쇠사슬 채워
"유엔 규칙 위반…명백한 인권침해 행위"
우리 국민 10명 中 6명 '美 실망' 설문도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미국 대사관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이 '굴욕적 대미투자 강요·한국 노동자 폭력적 인권유린 미 트럼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장유하 기자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미국 대사관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이 '굴욕적 대미투자 강요·한국 노동자 폭력적 인권유린 미 트럼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장유하 기자

[파이낸셜뉴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이 미 이민 당국에 의해 체포·구금된 가운데 노동계와 시민사회 곳곳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미 당국이 한국 노동자 인권을 폭력적으로 유린했다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자주통일평화연대 등 노동·시민단체들은 9일 서울 종로구 미국 대사관 앞에서 '굴욕적 대미투자 강요·한국 노동자 폭력적 인권유린 미 트럼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천문학적 규모의 대미 투자에 한국인 노동자 체포·구금으로 화답한 미국 트럼프는 즉각 사죄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단속에는 무장한 수백여명의 요원들과 장갑차를 포함한 수백대의 차량에 이어 헬기까지 동원됐다"며 "미 당국에 의해 체포된 우리 노동자들의 손과 발에는 쇠사슬이 채워졌고, 이는 피의자의 권리와 안전을 보호하는 유엔 최저기준규칙을 위반한 명백한 인권 침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은 수천억 달러를 쏟아붓고도 우리 노동자의 안전과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렸다"며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욱 커진다.

트럼프 정부는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경제적 수탈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엄미경 민주노총 사무총장 직무대행도 "한국 노동자들이 마치 중범죄자라도 되듯 쇠고랑을 차고 끌려가는 모습을 전 세계 언론에 타전됐는데 결코 용서할 수 없다"며 "민주노총은 미국의 치욕적인 행태에 대해서 끝까지 싸울 것이고, 이재명 정부의 대미 투자를 즉각 중단하기 위해서도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촛불행동과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국민주권당 등은 전날 오후 미 대사관 앞에서 '우리 국민 체포 감금한 트럼프 규탄 및 석방 촉구대회'를 열고 체포된 한국인의 즉각 석방과 미 정부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미국의 강요로 미국 땅에 공장을 짓고 있는 우리 노동자를 불법 체류자라고 한다"며 "평택 미군기지, 미국 대사관 등에 대해 돈(임대료) 한 푼을 안 내는 미국이야말로 불법 그 자체다. 대한민국 주권자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미국 정부에 실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리얼미터가 지난 8일 만 18세 이상 5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미국의 이민자 단속 관련 조치'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9.2%가 '지나친 조치로 미국 정부에 실망했다'고 답했다. 전체의 30.7%는 '불가피한 조치로 미국 정부를 이해한다'고 답했으며, '잘 모르겠다'고 한 응답자는 10.2%였다.

앞서 지난 4일(현지시간) 미 이민 당국은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 대한 이민 단속 작전을 벌여 한국인 300여명을 포함해 475명을 체포·구금했다.
이들은 포크스턴 구금시설 및 스튜어트 구금시설(여성 직원)에 닷새째 구금돼 있는 상태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ICE 홈페이지 영상 캡처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ICE 홈페이지 영상 캡처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