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표 "분기마다 만나자" 제안
기업 목소리 경청해 정책 반영을
기업 목소리 경청해 정책 반영을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여당과 재계의 스킨십은 부쩍 늘었다. 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취임 열흘도 안돼 주요 그룹 총수들과 경제단체장들을 만나 의견을 들었다. 미국발 관세가 이슈로 떠오르자 이 대통령은 재계 총수들과 일대일로 비공개 연쇄 회동도 가졌다. 민주당과 재계의 회동도 여러 번 있었다. 지난 8일 열린 대한상의 주최 정책간담회에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참석해 "분기마다 만나자"는 제안까지 했다.
경제인과 정부, 여당이 자주 만나 의견을 조율하는 것은 더없이 바람직하나 문제는 만남 이후다. 이날 재계와 만난 민주당 코스피5000특위와 경제형벌완화 TF팀은 지난 6월 말에도 비슷한 모임을 가졌다. 당시엔 상법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재계 의견을 듣겠다며 회동을 했다.
하지만 경제계가 제안했던 내용은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여당은 개정안을 밀어붙여 통과시켰다. 민주당 대표는 재계와 만났을 땐 "기업이 미래 성장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던 것이다. 법안 강행을 앞두고 명분 쌓기를 위한 이벤트였다는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여당은 입으로는 기업 주도 성장을 외치면서 말과 행동은 매번 어긋났다. 기업 방어권 보장 없이 통과된 상법 개정안으로 경영은 살얼음판을 걷듯 아슬아슬해졌다. 노란봉투법도 산업현장에 대혼란을 줄 수 있는 조항이 수두룩해 재고가 필요하다는 경제계의 호소가 빗발쳤지만 외면당했다. 벌써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 사업주에게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앞으로 법이 시행되면 벌어질 수 있는 무분별한 파업과 소송 남발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현대차 노조가 7년 만에 무분규 기록을 깬 것도 노란봉투법과 무관치 않다.
재계와 여당의 회동은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단지 기업 달래기 용도라면 회동 자체가 무의미하다. 노란봉투법 보완을 서두르고 경영권을 방어할 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여당이 앞장서야 한다. 대주주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신주를 발행하는 포이즌필과 특정 주주의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 도입도 시급하다. 처벌 범위와 수위가 과한 배임죄 완화도 속도를 내야 한다.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는 대못 규제만 무려 300개가 넘는다. 재계가 그동안 정치권에 문제를 설명하고 해결을 요청했던 사안들이다. 메아리 없는 회동은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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