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부채, GDP 114% 달하는데
야권 "긴축 반대" 불신임안 통과
바이루 내각 9개월 만에 총사퇴
극좌 정당은 마크롱 탄핵안 예고
정부 공백 상태에 정국 소용돌이
야권 "긴축 반대" 불신임안 통과
바이루 내각 9개월 만에 총사퇴
극좌 정당은 마크롱 탄핵안 예고
정부 공백 상태에 정국 소용돌이
8일(현지시간) 프랑스 하원은 불신임 364표로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바이루 총리 내각이 들어선 지 불과 9개월 만이다.
긴축 재정안에 대한 불만이 총리 실각으로 이어지면서 정부 공백 상태와 함께 프랑스 정국은 다시 혼돈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지게 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마크롱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야당의 공세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극좌 정당들은 당장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발의를 예고하고 나섰다. 막대한 공공 부채에 이어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국제 사회에서 프랑스 신인도도 타격을 피할 수 없어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동지인 중도파 성향의 바이루는 재정긴축 예산안 통과에 총리직을 걸었다. 세금 인상과 지출 삭감으로 재정적자를 440억유로(약 71조6700억원) 줄이는 방안을 내놨지만 야당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고, 결국 여론 반발까지 겹치면서 실각했다.
야당의 긴축안 반대 속에 하원에서 이날 치러진 불신임안 표결에서 바이루는 364-194로 패했다. 이날 현재 하원 재적 의원은 총 574명(3명 공석)이라 불신임 가결 정족수는 288표였다. 범여권을 구성하는 중도와 일부 우파 진영을 제외한 야당 표 대부분이 불신임으로 쏠렸다. 프랑스 헌법상 정부는 하원 재적 의원의 과반수가 불신임에 찬성하면 즉각 사퇴해야 한다.
바이루는 행동에 나서지 않는 한 프랑스 재정적자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그는 불신임안 표결에 앞서 "여러분은 정부를 뒤집을 힘은 있지만 현실을 없앨 힘은 없다"고 일갈했다.
야당 지도부는 바이루의 긴축안이 기업과 부유층은 보호하면서 노동자들과 연금생활자들에게만 불공정한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루의 긴축안은 국경일 가운데 이틀을 없애는 인기 없는 제안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올해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5.4%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프랑스 재정적자 비율을 내년에는 4.6%로 낮추자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재정적자 연간 한도를 GDP의 3%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5.4%는 한도를 거의 두 배 가까이 벗어나는 규모다.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 재정적자는 GDP 대비 약 4.6%이다. 프랑스는 그리스, 이탈리아에 이어 유럽에서 세 번째로 빚이 많은 나라다. 국가 부채가 GDP의 114%에 이른다.
지난해 조기총선 이후 두 번 연달아 내각이 실각한 가운데 마크롱의 선택지는 점점 좁혀지고 있다. 세 번째 총리마저 실각하면 조기총선 외에는 답이 없다. 이런 가운데 총선에서 제1당으로 부상한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대표는 마크롱이 이제 총선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면서 조기총선으로 정치적 난맥을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보리스 발로 사회당 원내대표는 마크롱이 이제 좌파 총리를 지명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준비돼 있다. 그(마크롱)가 와서 우리를 찾도록 하자"고 말했다.
바이루는 9일 마크롱에게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마크롱 정권이 들어서면서 두 번이나 총리가 실각했다. 마크롱은 지난해 12월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불신임안 통과로 쫓겨난 데 이어 그 후임인 바이루마저 축출되는 수모를 겪었다.
마크롱의 정치 오판은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지난해 조기총선을 결정했다가 패배해 여당을 소수당으로 전락시켰고, 극우의 세력 확장, 소멸하던 좌파의 부활을 촉발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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