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단독] 현대차·LG엔솔, 이미 4월부터 '비자 SOS' [한미, 구금사태 '온도차']

김형구 기자,

최종근 기자,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09 18:41

수정 2025.09.09 20:14

정부에 "입국문제 지원을" 민원
현대차 재발급 문제는 일단 조치
LG엔솔에는 유의사항 안내 그쳐
구금사태 늑장대응 비판 커지자
관세협상단, 美에 쿼터확대 요청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에서 미 이민당국의 단속으로 체포·구금된 300여명의 한국인을 석방하기 위한 협상이 시작됐다. 조기중 워싱턴DC 총영사(왼쪽 첫번째)가 8일(현지시간) 건설 현장 직원들이 수감된 조지아주 포크스턴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앞에서 교섭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에서 미 이민당국의 단속으로 체포·구금된 300여명의 한국인을 석방하기 위한 협상이 시작됐다. 조기중 워싱턴DC 총영사(왼쪽 첫번째)가 8일(현지시간) 건설 현장 직원들이 수감된 조지아주 포크스턴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앞에서 교섭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올 상반기부터 미국 비자와 관련한 어려움을 정부에 전달하며 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두 회사가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합작공장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이 체포되는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이미 이들 기업은 비자 발급과 입국 과정에서의 애로 사항을 정부 측에 꾸준히 알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외교 당국이 사전에 문제를 인지하고도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결국 한국인 근로자의 대규모 구금 사태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재발방지를 위한 후속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미 관세 협상 마무리를 위해 미국을 방문, 미 무역대표부(USTR)와 협의 중인 한국 통상 실무 대표단은 한국인 비자 쿼터 확대를 공식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번 구금 사태 당사기업인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상반기에 미국 비자 발급 관련 민원을 외교부에 공식 접수시켰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4월 22일 미국 비자 발급 관련 민원을 접수시켰고, 이에 외교부는 비자 재발급 지원 등을 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5월 30일 미국 비자 문제와 이와 관련해 입국이 거부되는 사례 등에 대한 애로사항을 외교부에 전달했다. 다만 외교부는 비자 발급 시 유의사항과 지원 내용을 안내하는 데 그쳤다. 특히 이번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 단속은 미국 당국이 수개월 동안 준비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임 정부 때부터 외교당국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미국의 출입국 관리가 전임 바이든 정부보다 한층 엄격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불법 이민자 단속 강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강경 조치는 예견된 흐름이었다. 그럼에도 우리 기업들이 비자 발급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했음에도 외교 당국이 사전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결국 미국 내 한국인 근로자 대규모 구금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유사 사태 재발 땐, 미국 투자에 나서는 기업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현대차그룹과의 합작공장 건설을 중단한 상황이다. 공장 건설에 필요한 인력들이 빠지면서 내년으로 예정된 가동 시점이 밀릴 수 있다.

기업들은 내부 단속에 나서며 일단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자여행허가(ESTA)로 출장 간 직원들을 귀국 조치하고, 단기 상용비자(B1, B2) 소지 임직원에겐 숙소에 대기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 생산거점을 짓기 위해선 건설뿐 아니라 다양한 장비를 설치해야 하는데, 배터리 설비 제조 업체들은 일본이나 우리나라 비중이 절대적이라 현지 직원을 쓰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비자문제에 대해 외교부가 소극적, 무대책이었다'는 비판에 대해 반박했다.
외교부는 "비자 관련 사안은 미국 내 가장 민감한 이슈 중 하나인 이민문제로 분류되면서 어려움이 있다"고 전제하면서 "외교부는 트럼프 2기 출범 후 (비자문제 해결을 위해) 올 상반기 동안 상·하원의원 면담 10회 등 52회에 달하는 아웃리치(대외접촉) 활동을 해 왔다"고 밝혔다.

gowell@fnnews.com 김형구 최종근 정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