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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총선 2단계 개헌, 여야 불신 선결과제..‘반文교사’ 필요 [李정부 출범 100일]

김윤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0 17:00

수정 2025.09.10 17:00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국회의원, 국무위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개회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국회의원, 국무위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개회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6월 지방선거와 2028년 총선 때 동시 국민투표를 통한 2단계 개헌을 준비하고 있다. 첫 단계 개헌은 국민 기본권을 비롯한 쟁점이 없는 내용들만 담아 여야 합의를 용이하게 한다는 구상이지만, 여야 상호 간의 뿌리 깊은 불신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선 때 '비쟁점 개헌'-총선 때 '권력구조 개편'

개헌은 이재명 정부의 1호 국정과제이다. 국정기획위원회는 대통령 4년 연임제와 검찰 영장청구권 독점 폐지를 필두로 하는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개헌 추진 계획을 밝혔다.

다만 개헌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해 제1야당 국민의힘의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논의 상황을 고려해 내년 지선과 2028년 총선을 기점으로 두 차례 개헌 방침을 세웠다.



이를 보다 구체화한 것은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이다. 우 의장은 이번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1차 개헌안을 내년 지선 동시 국민투표에 부친다는 목표로 10월 초에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국민투표법상 재외국민투표권과 투표연령 등 위헌 사항을 고치는 개정을 마치자고 제안했다.

우 의장은 1차 개헌안의 경우 일단 여야 이견이 없는 내용들만 담자는 입장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 헌법 전문 수록, 계엄 국회 승인권, 감사원 국회 이관, 지방자치 분권, 국민 기본권 등을 예시로 제시했다. 지난 8일에는 국회개혁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켜 개헌에 대한 사회적인 의견 수렴을 시작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 앞서 4부요인 및 감사원장, 여야 국회부의장 등 참석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뉴스1
우원식 국회의장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 앞서 4부요인 및 감사원장, 여야 국회부의장 등 참석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뉴스1

野 '與에 포섭될까' 우려에 개헌특위 구성도 꺼려

개헌 추진이 빠르게 진행되는 듯하지만, 정작 국민의힘은 논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 의장이 개헌 로드맵에 대해 국민의힘 출신 주호영 국회부의장과도 논의했다지만, 원론적인 의견만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와는 아예 협의한 적이 없다는 게 원내관계자의 전언이다.

국민의힘 참여 없이 개헌로드맵이 메아리치는 데에는 여야 간의 불신이 있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으로 쟁점법안들을 밀어붙이고 국민의힘을 향해 정당 해산 으름장을 놓는 상황이라, 국민의힘은 개헌 논의도 끌려 다닐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단합을 강조하면서 ‘개헌저지선을 지켜야 한다’는 표현이 자주 쓰인 이유이다.

국민의힘 고위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에 적대적인 정치를 해 상호 신뢰가 없는 마당에 국회 개헌특위를 어떻게 운영하겠나. 당내 개헌특위조차도 가동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이대로 국회 개헌특위 판을 펼쳤다가 민주당이 개헌안 의결 정족수를 끌어 모은 뒤에 돌변해 비쟁점 사안만이 아니라 권력구조 개편도 넣자고 할 수 있다는 의구심이 많다”고 지적했다.

개헌안 의결은 현재 재적의원 298명을 기준으로 199명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민주당을 위시한 범여권 의석은 188석으로,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에서 11명만 설득하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다. 개헌특위가 진행되면서 범여권이 야권 비주류 의원들을 포섭해 주도권을 쥐면, 권력구조 개편 등 민감한 내용들까지 담은 개헌안을 완전한 여야 합의 없이 의결할 수 있다는 게 국민의힘 내부 우려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의원총회 및 압수수색 규탄대회를 마친 뒤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의원총회 및 압수수색 규탄대회를 마친 뒤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文정부, 野 협조 없이 밀어붙였다가 개헌안 폐기

과거에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진 바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 높은 국정지지율을 내세워 개헌에 드라이브를 걸었고 2018년 6월 지방선거 동시 국민투표를 목표로 삼았다. 당시에는 국회 개헌특위가 가동돼 구체적인 개헌안 논의가 이뤄졌지만, 권력구조 개편을 두고 여야 의견차가 커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개헌 속도를 내기 위해 전격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민주당의 주장만 담긴 내용 탓에 야당이 극렬히 반발했고 결국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 폐기됐다.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지 못한 채 밀어붙였다가 개헌 동력 자체를 꺼뜨린 것이다.

내년에 39년 만의 개헌을 성공시키려면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고려했을 때 야당의 협조를 반드시 구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정치권에서는 일단 1차 개헌에 성공한다면, 2차 개헌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때인 만큼 국민 공감대에 맞춘 대승적인 여야 합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21년 3월 1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중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2021년 3월 1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중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