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15일 뒤 물 나오냐?" 다짜고짜 버럭..강릉 호텔 직원 "우리도 뉴스 보고 안다" 토로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0 13:50

수정 2025.09.10 13:50

강릉지역에 극심한 가뭄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4일 강원 강릉 오봉저수지의 바닥이 갈라져 있다. 뉴시스
강릉지역에 극심한 가뭄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4일 강원 강릉 오봉저수지의 바닥이 갈라져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극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강원 강릉시 한 호텔 직원이 잇따르는 문의 전화로 겪는 고충을 토로했다.

경포호 인근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지난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강릉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간곡히 좀 부탁드립니다"라며 "요즘 강릉 가뭄으로 문의가 참 많다"고 말했다.

이어 "불안한 마음으로 전화 주시는 거 다 알고 응대하고 있다. 그런데 화는 좀 내지 말아 주길 간곡히 좀 부탁드린다"며 "직원들이 나눠서 전화 받으면 20건 중 15건은 가뭄 관련 전화이고, 그중 10통은 전화 걸 때부터 화가 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호텔이 비를 쫓아내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또 직원들도 일주일 뒤에, 월말에 물이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른다"고 했다.

A씨는 "15일 뒤에 체크인 하는데 물이 안 나오냐고 묻는데 그걸 일개 강릉 시민이 어떻게 알겠나. 저희도 뉴스 보고 안다"고 했다.

이어 "호텔에 지금 상황이 어떤지 정도는 물을 수 있지만, 미래에 물이 나올지 말지 예측 못 한다고 화낼 일은 아니다"라며 "무조건 직원 이름, 책임자 이름 캐묻는데 이름을 왜 묻는 거냐. 보름 뒤 날씨 예측 못 했으니 책임지라는 거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강릉 시민 한 명이 주변 식당과 시장, 관광명소가 보름 뒤에 영업하는지 안 하는지 어떻게 다 파악하느냐"며 "제발 상식과 예의를 갖춰 달라. 호텔 직원은 가해자도 예언가도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역대 최저 수준의 저수율로, 이 같은 감소기록은 몇 주째 반복되고 있다. 특히 저수율은 지난 7월 23일 36.7%까지 오른 후 다음 날부터 현재까지 48일 연속 감소한 상태다.

지난 9일 오전 8시까지 확인된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2.3%다. 전날까지 확인된 12.4%보다 0.1%P 더 낮은 수치다.
지역 식수 87%를 담당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이 같은 추세를 이어가면, 오봉저수지의 여유 담수는 20일 정도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잠정 분석된다.

최근 온라인에는 "제발 강릉에 놀러 와서 물 펑펑 쓰지 말아 달라"는 시민들의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다만 일부 숙박업소가 가뭄으로 인한 예약 취소에도 수수료를 부과해, 여행객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강릉을 찾는 실정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