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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위기 치킨집·어렵게 문 연 낙지집' 사장님의 고백…"이런 국회의원만 있다면" [쓸만한 이슈]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1 09:30

수정 2025.09.11 09:30

가게 앞 전광판에 정치적 메시지 담았다가 문 닫을 뻔한 치킨집
민주당 이훈기, 본사와 문제해결 나서…지난 7월 계약해지 철회
골목길에 문 연 테이블 5개 낙지집 위해 거침없이 '파이터' 변신
국힘 조정훈, 지역구 소상공인 매장 홍보 위해 망가짐도 불사
신율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입법과 지역대표, 두 역할 감당"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한복과 상복을 입은 여야 의원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한복과 상복을 입은 여야 의원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폐업 위기까지 갔던 치킨집 사장님, 경기불황의 두려움을 안고 문을 연 낙지집 사장님. 폐업과 개업이라는 양단에 있는 두 자영업자는 "이런 국회의원이라면"이라는 말을 약속이라도 한 듯 꺼냈다.

'이런 국회의원' 덕에 치킨집 사장님은 11일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을 기념해 매장에 오시는 손님들 모두에게 테이블당 순살치킨을 공짜로 나눈다"고 했다. 낙지집 사장님도 '이런 국회의원'의 응원에 힘입어 지난달 보름 간 올린 수익의 10%를 지난 6일 지역 주민에게 무료 식사로 돌려줬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이 자담치킨 인천예술회관점 앞에서 일행과 찍은 사진. 이 치킨집 상징이 된 전광판에 오는 11일 무료 치킨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문구가 보인다. 오른쪽 사진은 서울 마포구에 지난달 문을 연 '재명이네' 낙지비빔칼국수 집이 지난 6일 지역주민에게 수익의 10%를 돌려주기 위해 20그릇 무료 이벤트를 진행하는 안내판. /사진=서윤경 기자, 이훈기 의원 페이스북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이 자담치킨 인천예술회관점 앞에서 일행과 찍은 사진. 이 치킨집 상징이 된 전광판에 오는 11일 무료 치킨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문구가 보인다. 오른쪽 사진은 서울 마포구에 지난달 문을 연 '재명이네' 낙지비빔칼국수 집이 지난 6일 지역주민에게 수익의 10%를 돌려주기 위해 20그릇 무료 이벤트를 진행하는 안내판. /사진=서윤경 기자, 이훈기 의원 페이스북

속시끄럽게 하는 국회발 뉴스가 쏟아지는 가운데 유권자이자 대한민국 국민인 이들이 '이런 국회의원이라면'이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된 이유를 10일 물었다.

참고로 치킨집 사장이 말한 이런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낙지집 사장이 말한 이런 국회의원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싸우자는 거냐'…바이럴에 적극 나선 국회의원

서울 마포구에 지난달 문을 연 '재명이네' 낙지비빔칼국수 집이 지난 6일 지역주민에게 수익의 10%를 돌려주기 위해 20그릇 무료 이벤트를 진행했다. 사진은 가게 앞 안내판과 이날 무료로 제공한 식사(오른쪽). /사진=서윤경 기자
서울 마포구에 지난달 문을 연 '재명이네' 낙지비빔칼국수 집이 지난 6일 지역주민에게 수익의 10%를 돌려주기 위해 20그릇 무료 이벤트를 진행했다. 사진은 가게 앞 안내판과 이날 무료로 제공한 식사(오른쪽). /사진=서윤경 기자

지난 달 임채원씨(38)는 낙지비빔칼국수가 주메뉴인 테이블 다섯 개 짜리 식당을 서울 마포구 주택가 골목 안에 열었다. 경기 불황에 식재료 값 인상까지 쉽지 않은 상황인데도 이 식당에 지난달 11일 이후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다.

매출에 도움을 준 건 '싸움'을 건 사람 때문이었다. 마포구갑이 지역구인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스레드 계정에 “우리 지역구에 이거 뭐냐? 싸우자는 거?”라는 글과 함께 이 식당의 사진을 올렸다.

사람들은 조 의원이 싸움을 건 이유를 '재명이네'라는 식당 이름 때문이라고 봤다. 조 의원을 향한 비난만큼 매출이 늘었지만, 임씨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진실을 알리자며 기자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임씨는 "제가 '의원님의 SNS에 저희 매장을 소개해 주실 수 있겠냐'고 부탁 드렸더니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 게시 내용도 상의해 올린 것"이라고 했다.

최근 임씨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메일을 다시 보내왔다.

"8월 11일부터 31일까지, 토·일요일을 제외한 15일 동안의 운영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이 메일엔 식당 매출, 운영비·재료비, 순이익을 공유했다. 그리고 매월 순이익의 10%를 지역에 나누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식사를 준비했다고 전달했다.

지난 6일 오전 11시 40분, 20그릇을 무료로 제공하는 '재명이네'를 찾았다. 점심을 먹기엔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40여분 만에 절반인 10그릇이 소진된 상태였다. 마침 세 그릇은 80대 노모와 함께 식당을 찾은 중년의 두 딸이 먹고 있었다.

80대 어르신은 "원래 여기가 김밥집이었다. 낙지에 칼국수라는 메뉴가 신기해 눈 여겨 보다가 딸들이랑 같이 왔다"며 "좋은 취지로 나눔을 한다는 말을 듣고 선물처럼 밥을 먹었다. 맛도 좋고 앞으로 자주 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손님이 나가고 한가한 틈을 타 질문을 던졌다. 식당 이름과 관련해 그는 "30여년 전 엄마가 운영하시던 식당 이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머니의 9남매 형제 중 돌아가신 동생 이름"이라며 "그 이름을 쓴 건 식당을 하며 우리를 키우신 어머니에 대한 감사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머니처럼 가게를 찾아 우리를 먹여 살리는 손님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기도 하다"고 했다.

식당 이름에 정치적 의도가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다 21대 대통령 선거가 조기에 치러지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했다.

임씨는 "의도치 않게 온갖 해석이 붙었다. 어르신들 중엔 '식당 이름 바꾸라'거나, '이름 바꾸기 전엔 안 오겠다'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이 스레드에 올린 식당 홍보 글에 비난이 쏟아진 건 당연한 일이었고, 의도치 않게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봤다.

임씨는 "조 의원이 혹시나 우리가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하며 다시 찾아 왔다"면서 "소상공인과 지역 주민을 걱정하는 것이야 말로 국회의원이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국회의원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강조했다.

본사 '회장님'이 찾아왔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이 자담치킨 인천예술회관점을 찾아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상생을 이야기하는 모습. /사진=이훈기 의원 페이스북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이 자담치킨 인천예술회관점을 찾아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상생을 이야기하는 모습. /사진=이훈기 의원 페이스북

지난 6월 14일 자담치킨 인천예술회관점을 운영하는 황선인씨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닷새 전 황씨가 '윤석열 파면', '이재명 당선' 등 정치적 내용을 담은 전광판을 매장 앞에 내걸은 걸 문제 삼으며 본사가 계약 해지를 통보한 때였다.

이날 카운터석에 앉아 있던 황씨에게 손님 한 명이 다가오더니 명함을 건넸다. 지역구가 인천남동을인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황씨는 "이재명 대통령 아들 결혼식에 다녀온 뒤 우리 가게에 왔다고 한다. 아내 되시는 분, 수행 직원과 식사를 하시며 한가해지기를 기다린 뒤 말을 걸었다"면서 "국회의원을 본 건 그날이 처음인데 감흥은 없었다. 이슈가 되니 찾아왔나 싶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명함을 주고 받고 끝날 줄 알았던 만남은 이후 계속됐다. 특히 지난 7월 25일엔 특별한 방문을 했다.

이 의원이 이날 방문과 관련해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면 "자담치킨 본사 회장이 인천예술회관점을 찾아 사과하고 가맹점 계약해지를 공식 철회했다"며 "그동안 인천예술회관점을 여러 번 찾아 응원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박찬대 의원과 맹성규 의원도 힘을 모아주셨다"고 적었다.

지난 6월 4일 전광판에 '제21대 대통령 이재명 당선'을 게시했다가 황씨가 본사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지 50일 만의 일이었다.

황씨는 "2014년 세월호사고 때부터 '잊지 말자'는 작은 결심에서 전광판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작년 11월 치킨집 문을 열면서 전광판이 커져서 인지, 유독 사람들 입길에 올랐다. 집사람과 아이를 보면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자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다.

냉탕과 온탕도 오갔다. 전화를 걸어 욕설을 퍼붓거나 매장을 찾아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발생하는 중에도 주문할 때 응원 메시지를 적거나 일명 '돈쭐'을 내겠다며 매장을 찾거나 주문했다.

황씨는 "기부를 하기엔 액수가 크지 않아 귀하게 쓸 방법을 고민하다가 이재명 대통령 취임 날짜에 맞춰 나눔하기로 했다"면서 "취임 100일인 11일 매장에 오시는 분들에게 치킨을 드리고 200일 됐을 때, 300일 됐을 때도 할 예정"이라고 약속했다.

일련의 과정을 거친 황씨는 국회의원에 대한 달라진 시각도 고백했다.

그는 "그 동안 국회의원을 존경하지 않았는데 생각을 바꿨다.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게 쉽지 않은데, 그걸 경험했다"면서 "'국회의원 300명으로 부족하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고 강조했다.

치킨집과 낙지집, 국회에 질문을 던지다

치킨집 사장님 황씨와 낙지집 사장님 민씨는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입법과 함께 지역 주민과 국민들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조 의원은 임씨의 식당을 찾기 전에도 칼국수집, 빵집 등 지역구 소상공인들 매장을 찾아가 영상을 찍고 자신의 SNS로 홍보해 왔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지역구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 해당 매장을 소개하는 영상. /사진=조정훈 의원 인스타그램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지역구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 해당 매장을 소개하는 영상. /사진=조정훈 의원 인스타그램

조 의원은 "정치는 결국 국민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게 하는 일이다. 큰 법이나 제도만으로 체감하기 어려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분들의 현장을 직접 찾아 목소리를 듣고 있다"면서 "일부 비판도 있지만, 저를 통해 매출이 오르거나 삶이 나아졌다면 그것이야말로 정치가 제 역할을 한 것이라 믿고 어떤 방식이든 국민의 삶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 길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의지를 전달했다.

이 의원도 지난 5일 '동네 한바퀴 ' 행사를 가진 뒤 또다시 황씨 매장을 찾았다. 이 자리엔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도 함께 했다.

그는 SNS에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갈등은 오랜 민생 문제였는데 사장님이 마음 편하게 가게를 운영한 걸 확인했다"며 상생 모델을 만드는 데 힘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나의 의회로만 구성되는 단원제 국회에서 국회의원을 두 가지 시선으로 봐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지역대표인 동시에 중앙정치도 한다"면서 "국회에서 매일 싸우는 모습만 보지만, 주말이면 지역구에서 열일한다. '월급만 받냐'고 욕하면 안 되는 이유"라고 했다.

이어 "지역주민의 의견을 중앙에 전달시켜 줄 유일한 통로는 국회의원 뿐"이라며 "지방에서, 지역구에서 할 일이 많은 만큼 다음 총선까지 국회의원 수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있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23대 총선은 2028년 4월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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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