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소버린 인공지능(AI) 개발을 담당할 국가대표 AI 5팀을 선정하고, 2000억원 규모의 지원을한다고 발표했다. AI 정책의 초점이 기존의 제조업 활용에서 소버린 AI로 이동하면서 해외 AI 모델을 활용해 빠른 서비스 개발을 계획하던 기업들도 자체 모델 개발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정책 전환을 넘어 한국 기업의 AI 경쟁 전략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버린 AI가 필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국가 안보와 의료, 금융 등 민감한 데이터를 전적으로 해외 기업에 의존하면 보안과 지속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다. 글로벌 AI 플랫폼과 경쟁하며 수익을 내는 것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오픈AI의 챗GPT는 2025년 4월 기준 8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작년 매출이 약 40억달러(약 5조6000억원)임에도 불구하고 50억달러(약 7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초기 대규모 투자와 손실을 감수하면서 가입자를 먼저 확보하고, 시장 장악 후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아마존과 국내 쿠팡의 초기 전략도 비슷했다. 따라서 사용자수나 자본에서 열세인 네이버나 LG 엑사원과 같은 국내 기업이 글로벌 플랫폼과 직접 경쟁해 수익을 내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막대한 투자에도 단기적 수익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 예상된다. 또한 AI 서비스에서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도 선도 기업이 지속적으로 기능을 추가하거나 가격을 조정하면 기존 모델은 쉽게 무력화된다. 영상 기반 서비스를 예로 들어보자. 소라(Sora)와 같은 서비스가 무료 또는 원가 이하로 제공되면, 독자적인 수익 모델은 형성되기 어렵다. 기술 개발만으로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기 어려운 이유다.
자원과 기술, 인력이 제한된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토터스 미디어(Tortoise Media)의 '글로벌 AI 인덱스 2024'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83개국 중 6위이며, 미국을 100점으로 할 때 27점 수준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면 소버린 AI 개발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우리가 강점을 가진 분야에 AI를 접목해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이 더 합리적이다.
대한민국의 강점은 분명하다. 반도체, 자동차, 바이오, K팝, 방산 등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과 문화 산업이 그것이다. 이 분야에 AI를 적용하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고 글로벌 경쟁력도 꾸준히 강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 공정 최적화,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 개선, 방산 분야 스마트 제조 등은 AI를 통해 직접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이다. 소버린 AI 개발은 장기적 국가 전략에서 중요하고, 현실적 접근은 한국이 잘하는 산업에 AI를 전략적으로 적용해 경쟁력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다. 기술 개발과 산업 경쟁력 강화가 병행될 때 대한민국은 글로벌 AI 시대에도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약력 △55세 △UC 버클리 공학 박사 △연세대 교수 △한국경영과학회 회장 △공학한림원 회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규제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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