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소독제 불법 보관한 창고에서 화재 …알코올 성분에 불붙어
진화용 소방수와 함께 떠 내려와…연쇄 폭발하며 주민 대피령도
진화용 소방수와 함께 떠 내려와…연쇄 폭발하며 주민 대피령도
[파이낸셜뉴스] 미국 뉴욕주 북부의 한 창고에서 지난달 30일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서 기이한 장면이 연출됐다. 유통기한이 지난 손 소독제가 대거 시냇물로 흘러들면서 마치 '불타는 물'이 용암처럼 끓어올랐다.
현지 매체 13WHAM 등은 8일(현지시간) 뉴욕주의 소도시인 고럼의 한 창고에서 시작된 불이 순식간에 대형 화재로 번졌다고 보도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에코 오퍼레이션스라는 회사가 소유한 이 창고에는 손 소독제가 1000여 통 불법 보관돼 있었다. 손 소독제는 일반적으로 알코올 함량이 최소 60%에 달해 인화성이 매우 높다.
진화 과정에서 손 소독제의 주성분인 알코올이 소방수 위에 떠오른 상태로 불이 그대로 붙었고 마치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불길이 도랑을 따라 흘러내리는 듯 '불바다'를 만들었다.
창고 내부에서도 에탄올 성분 때문에 연쇄 폭발이 일어나면서 불타는 드럼통이 공중으로 솟구치기도 했다. 소방 당국은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 준비령을 내리기도 했다.
한 주민은 현지 매체 뉴스10과의 인터뷰에서 "살면서 본 가장 큰 불이었다. 화염이 30m 높이까지 치솟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화재를 일으킨 이 회사는 유통기한이 지난 맥주나 손 소독제를 받아 내용물을 비우고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을 재활용하는 사업을 하기 위해 당국에 허가를 신청한 상태였다.
문제는 적절한 화재 진압 시스템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2온스(약 60㎖)짜리 작은 병부터 330갤런(1250ℓ)에 이르는 대형 탱크까지 다양한 용기에 담긴 인화성 폐기물을 대량으로 쌓아두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에 수 개월 전부터 지역 주민들은 위험성을 우려해 민원을 제기한 상태였다. 고럼 타운 이사회 기록에도 행정 당국이 소유주에게 가연성 액체를 즉시 합법적으로 제거하라는 명령과 함께 여러 차례 시정 및 업무 중단 명령을 내린 게 남아 있다. 하지만 소유주는 이를 모두 무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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