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코인사기 판결문 자체 분석 결과
10건 중 8건 '징역 5년 미만'…비교적 가벼워
사기 피해자 삶 송두리째 무너지는 데 반해
처벌 '솜방망이' 지적…"제도 보완해야"
10건 중 8건 '징역 5년 미만'…비교적 가벼워
사기 피해자 삶 송두리째 무너지는 데 반해
처벌 '솜방망이' 지적…"제도 보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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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지난해 코인사기로 인한 피해액이 1조1000억원을 넘어섰지만, 코인사기에 대한 형량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인사기가 한 개인의 삶과 가정을 파괴할 정도로 파급력이 큰 범죄인 데 반해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범죄 유혹을 차단하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형량 강화와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11일 파이낸셜뉴스가 최근 1년간 선고된 코인사기 사건 판결문 55건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전체 판결 가운데 43건(76.4%)이 징역 5년 미만의 형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징역 1개월 이상~징역 5년 미만이 29건(52.7%)으로 가장 많았고, 징역형 집행유예는 12건(21.8%), 기타는 1건(1.8%)으로 집계됐다.
코인사기에는 일반적으로 사기죄가 가장 많이 적용된다. 현행 형법은 사기죄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사기로 인한 이득액이 50억원을 넘을 경우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이 적용돼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재판에서 법이 규정한 중형이 내려지는 사례는 드물다. 대부분의 코인사기가 대면 접촉 없이 이뤄지기 때문에 피해자 기망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게다가 여러 개의 범죄를 하나의 죄로 묶어 보는 '포괄일죄'로 처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전체 피해 규모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다.
실제로 기망 행위가 인정되지 않아 무죄가 나온 판결도 있다. 고객들을 속여 8800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편취하고 출금을 중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업체 '하루인베스트' 운영진들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이들이 부당이득을 취할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내렸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형사재판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확실히 입증된 부분만 인정하다 보니 양형이 낮아질 수 있다"며 "또 코인 투자 구조가 다단계 형태로 운영돼 피해자와 가해자가 혼재한 사례도 많고, 피해자가 많더라도 피해 금액을 전부 합산하기보다 가장 큰 사례를 중심으로 형을 정해 피해 규모가 작게 추산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탓에 특가법이 규정한 사기로 인한 무기징역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규정에 머물고 있다. 홍푸른 디센트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코인사기로 무기징역이 나온 사례는 없었고, 코인사기뿐만 아니라 배임, 횡령, 일반 사기 등 모두 금액이 커도 무기징역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재산범죄는 재산을 돌려주면 피해가 회복된다고 보기에 강력범죄에 비해 비교적 경한 죄로 취급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는 동안 피해자들의 삶은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막대한 금전적 손실로 피해자들은 극심한 죄책감과 절망감에 빠지고, 가정이 해체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민석 금융피해자연대 고문 변호사는 "코인사기로 가족과 지인 돈까지 잃으면 죄책감에 시달려 가정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고, 극단적으로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례도 있을 만큼 피해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코인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처벌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자선 경제민주주의21 변호사는 "사업형 코인사기는 본질적으로 상습적이기 때문에 상습사기로 보고 특가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아울러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삼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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