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국토부 계획 위법 판단...조류충돌우려·갯벌 환경 평가 안 돼
[파이낸셜뉴스] 법원이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에 제동을 걸었다. 공항 건설 과정에서 조류 충돌 위험과 갯벌 보존 문제에 대한 검토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이주영 수석부장판사)는 11일 전북 군산 등지의 주민 1297명이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낸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소송에서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소송에 참여한 주민 중 일정 기준 이상의 소음 피해가 예상되는 3명만 원고 자격을 인정받았지만, 재판부는 계획 자체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업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지역 균형발전)이 침해될 공익보다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계획 재량을 일탈한 것으로서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조류 충돌 위험과 갯벌 환경에 대한 평가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국토부가 타당성 평가 과정에서 “후보지들의 조류충돌위험을 평가하지 않았고, 그 결과 조류충돌위험이 입지 선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전략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조류충돌위험을 평가하기는 했으나, 역시 위험 정도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했을뿐더러 이를 입지 대안 비교·검토 과정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했다.
국토부는 인접한 군산공항과 무안국제공항의 평가 결과가 양호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지만, 재판부는 총 위험도 평가에서 새만금 신공항 부지가 다른 공항보다 훨씬 높은 위험도를 보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공항 부지의 연간 예상 조류 충돌 횟수(반경 13km 기준)는 최대 약 45회로, 지난해 12월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0.07회)보다 수백배 높게 산정됐다.
재판부는 사업 부지에서 약 7km 떨어진 충남 서천갯벌이 습지보호지역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점을 고려할 때 “해당 부지 및 서천갯벌에 서식하는 법정보호종 조류 등에 미치는 영향을 더 면밀히 검토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조류충돌위험 우려가 있어 사업부지 인근에 대체서식지를 만들 수 없는 상황에서 구체적 대책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 사건 사업 추진은 생물다양성을 해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인다”며 국토부의 타당성 평가가 조류충돌위험의 근거 없는 축소 평가와 환경영향의 부실 검토 등에 기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전제에서 이익형량을 수행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객관성과 합리성을 결여해 부당하다고 평가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취소 판결의 효력은 판결이 확정될 때 발생한다. 다만 신공항 개발사업이 아직 기본계획 고시 단계이고 공사도 착공 전이어서, 별도의 집행정지 신청이나 재판부의 직권 집행정지 결정은 내려지지 않을 전망이다.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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