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차세대 반도체 시장 선점"…장비업계 연합전선 구축

강경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1 18:32

수정 2025.09.12 09:04

반도체 미세화 공정 확대 대응
한미반도체, 테스와 기술 협력
HBM5용 하이브리드본더 개발
나래나노텍은 에스이에이 손잡아
반도체 유리기판 장비 상용화 추진
한미반도체 김민현 사장(왼쪽)과 테스 이재호 사장이 ‘하이브리드 본더’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미반도체 제공
한미반도체 김민현 사장(왼쪽)과 테스 이재호 사장이 ‘하이브리드 본더’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미반도체 제공

반도체 장비기업 사이에서 차세대 장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연합전선을 형성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통해 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하로 빠르게 미세해지는 반도체 회로선폭 공정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하이브리드본더' 개발을 위해 테스와 협력하기로 했다. 이는 반도체 후공정 장비와 전공정 장비기업 간 첫 협력 사례로 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공정에 필수로 쓰이는 열압착장비(TC본더)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 1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D램을 수직으로 쌓아올려 만드는 메모리 제품인 HBM은 인공지능(AI) 반도체에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필수로 들어간다. 하지만 D램을 20개 이상 적층해야 하는 'HBM5' 공정에서는 TC본더 대신 하이브리드본더가 쓰일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HBM5는 2027년 이후 주력 HBM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미반도체 관계자는 "TC본더와 달리 하이브리드본더는 반도체 전공정에서 웨이퍼(원판) 위에 필요한 물질을 입히는 공정인 증착 등 다양한 기술을 융합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내에서 독보적인 증착 기술을 보유한 테스와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나래나노텍은 에스이에이와 함께 반도체 유리기판 장비 상용화에 나선다. 그동안 반도체 기판(인터포저)은 실리콘으로 만들어왔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AI) 서버에 들어가는 기판은 전력 소모 등에서 강점을 보이는 유리기판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에 나래나노텍은 에스이에이와 협약을 체결하고 각사가 보유한 공정 기술력과 해외 마케팅 경험을 결합, 고부가가치 장비 시장에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나래나노텍은 감광액 도포장비(PR코터) 등 그동안 디스플레이 장비 위주였던 매출 구조를 반도체 유리기판 분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나래나노텍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양사가 보유한 기술적 장점을 전략적으로 결합해 반도체 유리기판, 태양광 등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실질적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차세대 장비 개발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등 양사가 협력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엠에스는 차세대 반도체 장비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업체를 인수한 사례다. 디엠에스는 최근 포톤에 지분을 투자하고 경영권을 확보했다. 디엠에스는 디스플레이 세정장비와 현상장비, 박리장비 등 습식 공정 장비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 1위 자리를 이어간다. 이번에 반도체 세정장비 기술을 보유한 포톤 인수를 통해 차세대 반도체 세정장비 분야에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이렇듯 반도체 장비기업 간 협업이 이어지는 것은 빠르게 미세해지는 반도체 회로선폭 공정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2㎚ 공정 양산 안정화를 준비 중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활용해온 공정 대신 새로운 공정이 대거 도입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장비기업들은 세메스, 원익IPS 등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 대부분 매출액이 1조원에 미치지 못한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도쿄일렉트론 등이 수조원 매출액을 일으키는 것과 비교해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는 상황"이라며 "이에 국내 업체들 간 협업을 통해 해외 경쟁사에 앞서 차세대 장비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