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현금 주며 깎아달라더니…" 한우집 사장, 영수증 신고에 '황당'

신지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2 09:07

수정 2025.09.12 09:07

150만원 단체 손님, 할인 요구 뒤 현금영수증 문제 삼아 신고
자영업자 커뮤니티 "억울해도 원칙 지켜야...끼리끼리 없다"
현금영수증 미발급 땐 과태료 최대 50%...세무조사 리스크도
서울의 한 식당에서 소상공인이 장사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제공
서울의 한 식당에서 소상공인이 장사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서울에서 한우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김순덕(가명)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여름철 가족 모임 단체 손님이 가게를 찾아 약 150만원을 결제하면서 "술값을 빼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현금으로 계산할 테니 할인해 달라"고 해 8% 가량을 깎아줬다. 문제는 그 뒤였다. 결제 과정에서 일행 중 한 남성이 "같은 자영업자끼리 왜 그러냐"며 현금영수증 발급을 건너뛰고 자리를 떠났지만, 다음날 해당 손님의 아내가 "현금영수증을 왜 안 해주느냐"고 항의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김 씨는 "그럼 깔끔하게 현금 다시 드리고 카드로 결제하면 될 것 같다"고 대응했지만, 이후 총무라는 사람이 연락을 해 "현금영수증을 거부하느냐"고 따져 묻고는 전화를 끊었다. 결국 김 씨는 세무서에 "고객이 현금 결제를 유도했는데 다시 문제 삼고 있다"고 신고했지만 며칠 뒤 '현금영수증 미발행 신고가 접수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억울하지만 세무사도 '세파라치(세금 신고를 빌미로 한 신고자)'에 당한 것 같다며 현금영수증을 발행하라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12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이 같은 사연이 공유되자 "억울해도 그런 요구에는 넘어가선 안 된다. 그냥 현금영수증을 끊고 끝내야 한다", "자영업자끼리 끼리끼리 봐주는 건 없다. 불리할 땐 선 긋고 오히려 손해 보게 만든다", "자영업자의 적은 손님이 아니라 같은 자영업자"라는 등의 경험담과 충고가 이어졌다.

현금영수증은 소비자가 현금으로 결제할 경우, 국세청에 거래 내역을 신고해 소득공제(연말정산)나 지출증빙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소비자가 현금영수증을 요청하면 사업자는 의무적으로 발급해야 한다. 금액이 10만원 이상인 현금 거래는 소비자 요청이 없더라도 의무 발급 대상에 해당한다.

발급을 거부하거나 고의로 누락할 경우, 사업자는 미발급 금액의 20~50%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고, 세무조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국세청은 신고 포상금 제도도 운영 중인데, 미발행 사실을 신고하면 20%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이 때문에 자영업계에서는 현금영수증을 둘러싼 분쟁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세무업계에 따르면 현금영수증 미발행 신고는 실제 탈세 여부와 관계없이 조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사건은 신고 당하기 전 전화한 이력과 세무서 측의 상황 이해로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주는 선에서 끝났다는 게 김 씨 설명이다. 세무 전문가들은 할인해주더라도 반드시 영수증은 발급해야 불필요한 분쟁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경기 침체로 자영업자들이 비용 압박에 시달리는 가운데, 이 같은 갈등도 잦아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현금 거래로 깎아달라는 요구가 종종 있지만 세무조사 리스크는 모두 자영업자 부담"이라고 지적한다.
김 씨는 "현금을 유도한 것도 아닌데 오히려 신고까지 당해 황당하다"며 "앞으로는 무조건 원칙대로만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jimnn@fnnews.com 신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