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1라운더 김태형, 4이닝 2실점 최고의 피칭
최고 151km에 평균 150에 육박하는 속구 스피드
비록 6안타 맞았지만, 사사구는 1개... 저돌적인 정면승부
커브, 슬라이더 모두 선보이며 선발투수로서 가능성 선보여
최고 151km에 평균 150에 육박하는 속구 스피드
비록 6안타 맞았지만, 사사구는 1개... 저돌적인 정면승부
커브, 슬라이더 모두 선보이며 선발투수로서 가능성 선보여
[파이낸셜뉴스] 광주 하늘에 희망이 급격하게 저물어 갈때였다. 갑자기 선발 투수 김도현이 마운드를 내려갔다. '또 부상인가' 암울한 기운이 스쳐지나간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그 희망의 불씨를 지핀 것은 예상치 못한 한 장면이었다. 9월 11일 광주챔피언스 필드에서 펼쳐진 롯데전, 부상으로 급작스럽게 마운드를 내려간 김도현을 대신해 초반을 만들어준 루키 김태형이었다.
김태형이 버텨낸 4이닝이 있었기에 KIA는 끝까지 롯데를 추격할 수 있었다. 팬들의 눈에도, 구단 관계자들의 마음에도 “드디어 1라운더 다운 투구를 봤다”는 안도와 환호가 교차했다.
작년 이맘때, 김태형의 이름 앞에는 늘 ‘빅5’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덕수고를 전국대회 2연속 우승으로 이끈 주역, 황금사자기 결승에서 상원고를 무너뜨린 선발. 제구력과 구위, 체격까지 삼박자를 갖춘 초고교급 투수. 시즌 초반만 해도 전체 3순위 후보로 거론될 만큼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카드였다. 거기에 화순초와 화순중을 졸업한 광주출신의 갸린이. 고민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영광의 끝자락은 곧 아쉬움으로 이어졌다. 작년 8월 대통령배에서부터 서서히 무너진 제구, 그리고 퓨처스리그에서 8.45 ERA라는 당황스러운 성적. 4월과 5월의 첫 등판과 두번째 등판에서 9실점, 8실점을 허용하며 ‘1라운더 맞나’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팬들의 기대가 크면 실망도 커지는 법. 김태형의 이름은 어느 순간 기대가 아닌 걱정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야구는 포기한 순간 끝나고, 기다린 자에게 보답한다. KIA 퓨처스 관계자는 "이범호 감독님이 퓨처스 성적 같은 것은 신경쓰지 말고 차분하게 육성해라"라고 말한 것이 크게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성적은 신경쓰지 않고 김태형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은사인 덕수고 정윤진 감독은 학교를 찾아온 김태형에게 "이런식으로 던지면 안된다"라며 "내가 기술적으로 조언해줄 것은 없지만, 네가 가장 좋았을 때의 투구 폼을 찾으면 좋겠다"라고 제자의 부활을 응원했다.
그리고 드디어 김태형이 믿음에 보답했다. 8월 28일 퓨처스 LG전 무실점 호투, 그리고 그 호투를 바탕으로 9월 11일 1군 무대에서 보여준 당당한 직구 승부. 김태형의 포심은 평균 150km에 달했고, 최고 151km를 찍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직구로 맞서 싸울 수 있는’ 자신감을 되찾았다. 성적보다 이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6개의 안타를 맞으면서도 볼넷은 단 1개. 이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제구가 무너지지 않았다는, ‘기본기를 지켜낸’ 투구라는 증거다. 특히, 윤동희에게 적시타를 포함 2개의 안타를 맞았지만, 저돌적으로 힘으로 밀어붙힌 장면은 김태형이 포심에 확실한 자신감을 가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변화구를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빠른 직구에 자신감을 입히면, 선발 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는 이미 마련된 셈이다.
정우주, 김영우, 배찬승이 1R 루키의 패기를 보여주며 환호할때, KIA 팬들은 늘 가슴 한쪽이 허전했다. 그 허전함은 ‘1라운드 지명자의 존재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성영탁이 불펜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고 이호민, 김정엽, 박재현 등이 1군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지만 구단과 팬들이 바란 건 ‘1라운더가 이 팀의 얼굴이 되어 달라’는 바람이었다.
그 공백을 메우기 시작한 이름이 바로 김태형이다. 시즌 막판에야 비로소 나타난 ‘한 줄기 빛’. 구단 관계자들은 “구속이 다시 올라온 것만으로도 희망을 본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현실적으로 KIA의 가을야구는 다소 멀어져있다. 하지만 팬들은 단 한 번의 호투에서 미래를 본다. 그날 김태형의 마운드는 단순한 ‘4이닝 2실점’이 아니었다. 팀이 가장 어두운 순간에 빛을 비춘, 구단이 그리고 팬들이 기다려온 광주 1라운드 자원의 자존심이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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