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분야별 관세 부과 방침을 의약품에도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일본 제약 업계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미·일 관세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담당상도 의약품 분야에 대해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인식을 보였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월 미일 무역 합의 이후 지난 4일 발표된 미일 공동성명에 '최혜국 대우'가 명시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는 해당 내용이 담기지 않아서다.
산케이는 "대통령령에서 원래 무관세였던 복제약을 상호 관세 대상에서 제외할 가능성만 재확인됐을 뿐 일본 의약품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존 신약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아카자와 담당상은 지난 9일 국무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합의 내용의 확실한 이행을 위해 미국 측과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제약 업계에서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을 감안할 때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안보 차원에서 의약품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제약회사들이 제조 거점을 미국으로 이전하도록 최대 250%까지 의약품 관세를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본 제약공업협회 관계자도 "트럼프가 (의약품 관세와 관련해) 무슨 말을 꺼낼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약품은 그동안 환자들의 이익을 위해 다수국에서 무관세 정책을 유지해온 분야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뒤집을 경우 의약품 공급 및 개발 지연 등 부정적 영향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산케이는 지적했다.
지난해 일본의 대미 의약품 수출액은 4000억엔(약 3조7758억원)을 넘어섰다. 품목별 수출액에서도 의약품이 9위를 차지했다.
일본 정부는 의약품의 안정적 확보가 경제 안보에도 직결된다고 보고 지난해 제약 분야를 핵심 산업으로 지정, 국내 개발 역량 향상과 산업 기반 강화를 위한 투자 유치와 지원에 착수했다. 그러나 미국이 의약품 관세 도입을 시사하자 다케다약품 등 제약사들이 잇따라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나루세 미치노리 일본 종합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는 일본 제약사의 생산 거점이 미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으며 관세 비용 증가로 수익성과 개발력 저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일본에 공급돼야 할 의약품이 미국으로 가면서 공급이 끊길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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