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올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2년 만에 대만에 추월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대만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내년 1인당 GDP가 4만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한국은 2027년에야 처음 4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달러·원 고환율이 이어질 경우 원화 가치가 낮아져 4만달러 달성 시점이 2028년으로 늦춰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4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GDP는 지난해 3만5223달러에서 올해 3만7430달러로 늘고, 2026년 3만8947달러를 거쳐 2027년 4만526달러에 도달할 전망이다. 이어 2028년 4만2208달러, 2029년 4만4004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추산은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새정부 경제성장전략’과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의 경상성장률 전망치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정부는 경상성장률을 올해 3.2%, 2026년과 2027년 각각 3.9%, 2028년 4.0%, 2029년 4.1%로 전망했다. 지난해 경상 GDP(1조8746억달러)에 이 성장률을 적용하고,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를 나눠 계산한 결과다.
한국의 1인당 GDP는 2016년(3만839달러) 처음 3만달러대에 진입했으나 이후 등락을 거듭했다. 2018년 3만5000달러를 넘어섰지만 코로나19 사태로 2년 연속 감소했고, 2021년에 반등했다가 2022년 다시 후퇴했다.
1인당 GDP 4만달러 달성 시점의 최대 변수는 달러·원 환율이다.
2027년 4만달러 돌파 전망은 지난해 연평균 환율(1364원)을 기준으로 산출됐다. 그러나 올해 들어 지난 12일까지 평균 환율은 1413.6원으로 크게 높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 미국의 관세 위협 등이 겹치며 환율이 1400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어서다. 만약 올해 평균 환율이 1390원 수준에 머문다면 2027년 1인당 GDP는 3만9767달러에 그쳐 4만달러를 달성하지 못한다. 이 경우 4만달러 돌파는 2028년(4만1417달러)에야 가능하다.
한편 한국의 저성장 탓에 올해 1인당 GDP가 22년 만에 대만에 역전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 2003년 1만5211달러로 대만(1만4041달러)을 처음 앞섰지만, 올해 다시 추월당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올해 2·4분기 대만의 실질 GDP는 전년 동기 대비 8.01% 늘며 2021년 2분기(8.2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달 15일 대만 통계청은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0%에서 4.45%로 크게 올렸고, 내년 전망치는 2.81%로 제시했다.
한국은 올해 2·4분기 실질 GDP가 전 분기 대비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0.6%에 불과해 대만과 격차가 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더 보수적이다. IMF는 지난 4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1인당 GDP가 2029년(4만341달러)에야 4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전망(2027년)보다 2년 늦춘 것으로, 환율 상승과 저성장 고착화 우려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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