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쾅쾅" 최고 장타 여왕 맞대결… 티샷 한 번으로 결정된 방신실의 시즌 3승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4 16:33

수정 2025.09.14 16:46

방신실, 이예원에 이어 시즌 2번째 3승 고지 등정
대상포인트 2위 등극하며 강력한 대상 후보로 급부상
17번홀 단 한 번의 티샷에서 갈린 장타 맞수의 명승부
방신실 "마지막 남은 메이저 대회서 우승하고 싶다"
방신실이 14일 OK저축은행 읏맨 오픈에서 우승 직후 동료들에게 물세례를 받고 있다.KLPGA제공
방신실이 14일 OK저축은행 읏맨 오픈에서 우승 직후 동료들에게 물세례를 받고 있다.KLPGA제공

방신실이 OK저축은행 읏맨 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KLPGA제공
방신실이 OK저축은행 읏맨 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KLPGA제공

【경기(포천)=전상일 기자】 선선한 가을바람이 얼굴을 스치던 14일 경기도 포천 아도니스 컨트리클럽(파72·6598야드) OK저축은행 읏맨 오픈 최종 라운드. 그린 위는 숨 막히는 긴장으로 얼어붙었다. KLPGA를 대표하는 두 장타자, 방신실과 이동은이 마지막까지 엎치락뒤치락하며 벌인 승부는 '파워 골프'의 진수를 보여준 한 편의 드라마였다. 그 드라마의 결말은 단 한 홀, 단 한번의 티샷에서 갈렸다.

방신실이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를 기록하며 사흘 합계 15언더파 201타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불과 1타 차, 이동은을 따돌린 극적인 승부였다.

이로써 방신실은 시즌 3승에 성공하며 통산 5승째를 기록했다. 올 시즌 '3승 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단 두 명, 이예원과 방신실뿐이다.

14일 경기도 포천 아도니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OK저축은행 읏맨 오픈 FR 1번홀에서 이동은이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이동은은 올 시즌 KLPGA 드라이버 비거리 1위를 달리고 있는 선수다. KLPGA 제공
14일 경기도 포천 아도니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OK저축은행 읏맨 오픈 FR 1번홀에서 이동은이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이동은은 올 시즌 KLPGA 드라이버 비거리 1위를 달리고 있는 선수다. KLPGA 제공

올해 KLPGA의 파워 경쟁은 뜨겁다. 이동은이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236m로 1위, 방신실은 235m로 그 뒤를 잇는다. 사실상 한국 여자골프 장타계를 양분하는 두 선수다. 파5 홀에서 투온을 쉽게 노리는 이들의 맞대결은 '한 방의 위력'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2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마친 두 선수는 마지막 날까지 숨막히는 동타 행진을 이어갔다.

승부는 17번홀(파3)에서 갈렸다. 방신실은 티샷을 148m 날려 핀 1m 이내에 붙이며 사실상 '확정 버디'를 만들어냈다. 반면 이동은은 약 8m 거리에 공을 세웠다. 모든 집중력을 끌어모아 지나가는 퍼팅을 시도했지만 홀컵을 외면했다. 단 한 끗 차이. 그 순간 스코어는 갈렸다.


14일 경기도 포천 아도니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OK저축은행 읏맨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방신실이 버디를 잡아낸 후 홀아웃하고 있다. KLPGA 제공
14일 경기도 포천 아도니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OK저축은행 읏맨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방신실이 버디를 잡아낸 후 홀아웃하고 있다. KLPGA 제공

1타 차로 앞선 채 맞이한 18번 홀(파4). 리더와 추격자의 마음가짐은 전혀 달랐다. 방신실은 '파로 끝내도 된다'는 여유를 안고 티샷을 페어웨이에 안착시켰다. 반면 이동은은 반드시 버디가 필요했다. 그러나 티샷은 러프로 향했다. 극적인 세컨샷으로 핀 2m에 붙였지만, 방신실은 차분히 아이언 세컨샷을 날려 핀 1.5m에 공을 세웠다. 그리고 방신실이 마지막 퍼트를 성공시키며 쐐기의 버디. 치열한 장타 대결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14일 경기도 포천 아도니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OK저축은행 읏맨 오픈에서 방신실이 우승하면서 이예원과 함께 3승 고지에 들어가게 됐다. KLPGA 제공
14일 경기도 포천 아도니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OK저축은행 읏맨 오픈에서 방신실이 우승하면서 이예원과 함께 3승 고지에 들어가게 됐다. KLPGA 제공

이번 우승은 단순한 트로피 하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방신실은 시즌 3승을 올리며 이예원과 다승 공동 1위로 올라섰다. 동시에 대상 포인트 2위, 상금랭킹 5위까지 도약했다. 유현조, 이예원, 홍정민 등과 함께 대상 경쟁의 정점을 이루는 4강 구도를 완성한 셈이다.

특히 이번 대회는 방신실에게 남다른 무대였다. 고교 시절 'OK저축은행 장학생 6기'로 선발된 인연이 있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OK장학생 선수가 해당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처음이다.

방신실은 경기 후 "우승 경쟁한 이동은과는 친한 사이다. 둘이 좋은 경기를 한 것 같다"며 "하반기에는 꼭 메이저 대회 우승컵도 하나 더 들고 싶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방신실은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KLPGA제공
방신실은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KLPGA제공

시즌 막판, KLPGA의 대상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혼전 양상이다.
누가 최후에 웃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방신실의 3승이 이 경쟁 구도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한때 '장타자'라는 수식어로만 불리던 방신실은 이제 냉정한 승부처에서 정확도와 집중력으로 우승을 움켜쥘 수 있는 '완성형 챔피언'으로 진화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