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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V 판매 호조에도...현대차그룹, 수익성 악화 불가피

권준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4 16:47

수정 2025.09.14 16:47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에
HEV 현지 생산은 적고
적용 안되는 관세도 부담
지난 3월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의장 공장에서 완성된 차량들이 무인 주차 로봇에 실려 이동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지난 3월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의장 공장에서 완성된 차량들이 무인 주차 로봇에 실려 이동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파이낸셜뉴스] 최근 하이브리드차(HEV) 판매 호조로 현대자동차그룹이 신바람을 내고 있지만, 미국 전기차(EV) 세액공제 혜택 종료와 관세 부담 등 이중고로 수익성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나마 수요가 꾸준한 HEV도 국내 수출 물량이 대부분이라 자체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 제공했던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는 오는 30일부로 종료된다. 미국은 현재 배터리와 핵심 광물 등에 대한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미국에서 제조한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지급하고 있다. 가격 민감도가 높은 전기차 특성상 향후 미국 시장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HEV를 앞세워 EV 부진을 상쇄할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기아의 HEV 모델은 최근 수년간 미국 시장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올해 1∼8월의 경우 지난해 동기보다 47.9% 증가한 19만8807대가 팔렸다.

문제는 HEV 대부분이 국내에서 생산돼 수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수출 물량은 현재 기준 미국으로 수입될 때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월 현대차·기아의 대미 HEV 수출 대수는 총 16만1975대다. EV 수출 대수 8400여대의 19배 규모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내 HEV 판매를 확대하려면 그만큼 고율 관세에 노출되는 물량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이달 초 미국과 관세 협상을 명문화 했다. 한국도 지난 7월 무역 합의를 통해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방안을 미국과 합의했지만, 미국 내 행정절차 등을 이유로 아직 적용되지 않고 있다.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완성차 업체가 미국 HEV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설 경우 현대차·기아는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이 자동차 관세율을 낮추는 데 실패하고 현대차·기아가 관세 25%를 판가에 그대로 전가한다면 한일 자동차 가격 역전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현재 미국 내 3만290달러, 3만2850달러인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와 도요타 라브4 하이브리드 가격은 관세율 25%, 15%가 적용되면 각각 3만7863달러, 3만7778달러로 역전된다.


업계는 현대차가 올해 있을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북미 HEV 판매 전략 강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