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틱톡·반도체·관세' 3중 전선으로 번진 美中 충돌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5 15:05

수정 2025.09.15 15:05

틱톡 매각 시한 임박, 협상의 뇌관으로
관세 유예 90일, 숨 고르기냐 시간 끌기냐
중국, 미국 반도체 조사로 맞불
정상회담도 먹구름…탐색전 그칠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중국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정면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양국은 15일(현지시간, 한국시간 15일 오후 3시) 재개된 무역회담에서 틱톡 매각 시한과 추가 관세 유예를 둘러싸고 치열한 줄다리기 중이다. 중국이 회담 직전 미국 반도체 업체들을 대상으로 덤핑 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미국이 '틱톡 강제 매각법'을 앞세워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미중 관계는 팽팽한 긴장감이 계속되고 있다.

틱톡 미국 사업 매각 시한은 이달 17일로 다가왔다. 미국 의회가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제정한 법에 따라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 내 서비스 중단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틱톡 문제를 무역협상 카드로 활용하면서도 선거 국면에서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중국은 이를 부당한 정치 개입으로 규정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틱톡 문제는 단순한 플랫폼 규제 차원을 넘어 데이터 안보와 기술 패권 경쟁이 교차하는 갈등의 최전선으로 부상했다.

양국은 기존 관세 부과를 11월 10일까지 90일간 추가 유예하기로 했다. 표면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지만, 양측 모두 시간을 벌어 본격 협상 준비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경제 충격을 피해야 하고, 중국은 경기 둔화 속에 대외 충돌을 피하려는 계산이 맞아떨어졌다.

중국은 회담 직전 미국 반도체 업체들을 상대로 덤핑·차별 조사를 개시했다. 아날로그 반도체와 인터페이스 칩 등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와 제재에 정면 대응한 조치로, 양국의 기술전쟁이 무역 갈등과 맞물려 본격 확산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전략산업을 지키기 위한 방어막을 치는 동시에 협상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마드리드 회담은 내달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향한 탐색전 성격이 짙다. 양국은 '레드라인'을 확인하고 협상 범위를 가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당장 틱톡과 관세 문제에서 극적인 돌파구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충돌의 파국을 늦추고 정상 간 합의의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내달 정상회담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틱톡 매각 시한과 관세 유예 종료일이 잇따라 다가오면서 협상 환경은 더 험악해져 미중 정상회담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미중 갈등은 이미 세계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중국의 8월 수출 증가율이 최근 6개월 내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대미 수출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면 동남아시아로의 수출은 늘어나며 '탈미국'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 문제까지 테이블에 올리며 압박 범위를 넓히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과 금융시장에도 충격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