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부당해고는 기아차 책임"...노란봉투법 시행 앞두고 원청 규탄한 청소노동자들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5 15:38

수정 2025.09.29 16:01

해고·정직 반발, 기아차 본사 앞 집회
"원청 지시 없이 중징계 불가"
원청 실질적 지배력 판단 전까지 혼란 우려
15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기아 본사 앞에서 기아차 화성공장 청소노동자 투쟁 연대모임과 해고·정직 노동자들이 '기아차 부당해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지 기자
15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기아 본사 앞에서 기아차 화성공장 청소노동자 투쟁 연대모임과 해고·정직 노동자들이 '기아차 부당해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 해고·정직 징계를 받은 청소노동자들이 15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기아 본사 앞에서 집단행동에 나섰다. 하청 노동자들은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 시행을 약 6개월 앞두고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직접 겨냥하며 투쟁 수위를 높였다.

기아차 화성공장 청소노동자 투쟁 연대모임과 해고·정직 노동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탄압과 여성 노동자 성희롱·성추행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지난 5일 해고·정직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현장에 모인 노동자들은 '노동탄압, 부당해고 기아차가 책임져라', '기아차는 성폭력 사태 축소·은폐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사측이 직원들의 노조 활동을 빌미로 부당한 인사조치를 내리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측이 조합원과 협의 없이 고위험·고강도 산업폐기물 처리 업무를 지시해 안전을 위협했다"며 "여성 조합원에게 술자리를 강요하는 등 상습적인 성적 괴롭힘도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선전전과 같은 정당한 노조 활동을 지시 불이행, 무단 이탈,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몰아 징계 사유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이환춘 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기아차가)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집회 참가를 이유로 조퇴와 외출을 승인하지 않는 것은 전형적인 부당노동행위"라고 지적했다.

현대차·기아가 불법 파견을 지속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사내 하청 노동자들은 원청의 지시를 받으며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임금과 처우가 뒤처졌다며 2000년대 초반부터 투쟁해왔다. 다만 식당·경비·청소 노동자들은 원청을 상대로 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과정에서 단행된 정규직화 대상에서 제외돼 인력 부족과 일상적 성희롱·성추행, 원·하청 관리자들의 괴롭힘에 노출돼왔다고 주장했다.

해고 당사자인 청소노동자 김경숙씨는 "기아차는 하청 협력업체에 도급비를 지급하며 고객사인 양 위장하지만 실제로는 협력지원팀을 통해 하청업체를 지배하고 있다"며 "원청 노동자가 연루된 비정규직 여성 청소 노동자 성희롱 사건을 '증거 없음'으로 처리한 것도 원청 협력지원팀"이라고 꼬집었다.

이용덕 이주노동법률지원센터 소금꽃나무 상임활동가는 "원청인 기아차의 지시 없이는 차별과 부당한 업무 지시를 거부한 노동자 5명 중 2명을 해고하고 나머지 3명의 출근을 정지시키는 중징계가 불가능하다"며 "현장에서는 장갑 하나, 청소도구 하나도 원청 허락 없이 사용할 수 없음에도 기아차는 하청노동자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원청에 책임을 묻는 노란봉투법 때문에 회사가 망한다는 엄살을 피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란봉투법은 산업 현장에 혼란을 초래하고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국회에는 노조의 사업장 불법 점거를 금지하고 파업시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보완 입법안이 발의돼 있다. 현행법은 사업장 내 복수 교섭 대상의 교섭 창구를 단일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하청 노조를 포함한 단일 교섭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판단하기 위한 판례가 축적되려면 향후 20년은 기다려야 하는데 그 사이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