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사도광산 추도식이 지난 13일 2년째 반쪽 파행된 직후인 15일,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가 국회를 찾았다. 하지만 여야 모두 사도광산을 비롯한 과거사 문제는 일체 언급하지 않고, 교류·협력 확대만 이야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압박을 받는 ‘동병상련’ 처지를 고려한 것으로 읽힌다.
우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미즈시마 대사를 만나 이재명 대통령이 첫 해외순방으로 일본을 찾은 것을 언급하며 “국교정상화 60주년 슬로건인 ‘두 손 맞잡고 더 나은 미래’처럼 한일 대화와 협력을 통해 공동이익을 찾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사 문제는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고 “한일 간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있다.
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이던 지난해 사도광산 추도식 반쪽 파행 등을 두고 ‘해방 이후 최악의 외교참사’라 규정했고, 또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자 제3자 변제안을 두고도 ‘굴욕외교’라고 비판했다. 또 미즈시마 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과거사·독도 문제는 해결할 길을 마음만 먹으면 마련할 수 있다. 국민 정서는 누른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양보할 건 양보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같은 날 미즈시마 대사를 접견해 과거사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집권여당이던 윤석열 정부 때 한일관계 발전에 방점을 찍었던 입장이라서다. 이에 이 대통령이 야당 시절 대일 적대를 접은 것을 호평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사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과거 일본에 보였던 태도 때문에 한일관계 악화 우려가 많았다”면서 “그런데 대통령이 되고 나서 일본의 중요성을 인식해 그 이전에 (윤석열 정부 때) 있었던 한일관계를 유지한 것에 많은 국민들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과거사 문제를 함구한 것은 한일협력이 필수적인 상황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일 모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를 통한 대규모 대미투자 압박을 받는 입장이라 공동대응이 필요해서다. 대미 관세협상에 있어 한일은 서로가 선례이자 협상 근거이다.
미즈시마 대사는 이날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을 접견했던 것을 거론하며 “한일 양국을 둘러싼 전략적 안보환경을 생각하면 한일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송지원 이해람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