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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유 교수, 복지부 찾아 "자리 앉아 숫자놀음 부처는 존재가치 없다"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5 16:16

수정 2025.09.15 18:24

김 교수, 복지부 초청 '인구 강연'서 쓴소리
"저고위 같은 느슨한 조직은 있으나 없으나"
"행정, 권한 있는 부처가 일사불란하게 해야"
단순히 출산율 높이는 정책은 계속 실패할 것
일괄적 정년 연장은 청년실업·세대갈등 부추겨
AI시대 고령층 경험·인력 활용해 부양비 높여야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가 15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대회의실에서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저출산의 근본 문제와 해법'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가 15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대회의실에서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저출산의 근본 문제와 해법'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가 15일 인구정책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에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무 행정능력과 인·허가권을 갖는 정부 부처(복지부)가 일사불란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복지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저출산의 근본 문제와 해법'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같은 느슨한 위원회, 말만 하고 끝내고 한번 행사하고 마는 (조직은) 있으나 없으나"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면서) 그냥 자리에 앉아서 돈을 얼마씩 줄 건지 숫자놀음하는 (정부) 부처는 존재가치를 상실한 것"이라며 쓴소리를 했다.

김 교수의 해법은 크게 두 가지다. ▲이모작 산업으로의 고령층 유입 전환 ▲노인 부양비 개선이다.



김 교수는 "(단순히)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은 계속 실패할 것"이라며 "근본적 해결책은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부양비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했다. 인공지능(AI) 기술과 고령 인력을 활용하고 청년들을 신산업으로 유입, 생산가능인구를 늘려 부양비를 낮춰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말하는 부양비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100명당 부양하는 유소년(14세 이하)과 고령인구(65세 이상)를 합한 백분율이다. 현재와 미래의 청·장년세대가 짊어질 부양의무를 보여주는 중요한 인구 지표다. 현재 총부양비는 42.5명으로 2042년 76.7명, 2046년 85.7명으로 국민 한 사람이 짊어져야 할 부양 부담이 빠르게 커진다. 김 교수는 "한 명이 일해서 한 명을 부양해야 하는 (미래) 사회에는 허리(청년)가 부러진다"고 했다.

이런 부양 부담을 덜기 위해 필요한 것이 '이모작 경제'라고 주장했다. 출산을 장려하는 '인구 늘리기' 정책에서 벗어나 청년과 고령·여성 인력을 생애주기에 맞는 적정한 직업에서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정책과 제도를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4차 산업혁명의 미래사회에 청년과 '건강한 노인'이 AI와 일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면 부양비를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김 교수가 강조하는 '이모작 경제'는 인생을 크게 두 시기로 나눈 일모작, 이모작 개념을 경제 사회적으로 확장한 것이다. 인생의 첫번째 시기인 일모작은 25~54세로 제조업, 첨단 기술, AI가 상용화된 산업사회에 맞게 생업에 종사하는 시기다. 이모작은 55~77세로 20여년의 시간인데 사회적 경험과 판단이 중요한 일반서비스, 관리, 행정, 사무 등의 노동으로 전환해 본인의 성취와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애주기에 따라 유동지능(새로운 문제를 기존 지식과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복합정보로 추론 분석해 해결)이 높은 청년층을 일모작 직업으로 보내 가치 창출을 극대화해야 한다. 청년층이 일모작 직업으로 원활히 진출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준다. 경험을 토대로 결정지능이 높은 고령층은 이모작 직업으로 전환, 국내총생산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모작 산업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면 청년 실업이 해소되고 부양 부담을 덜게 된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일모작 직업에서 청장년들이 열심히 일해 수익을 얻고, 이들이 적절한 시점에 이모작 직업으로 갈아타면 사회적 잉여가 늘어나면서 부양 부담과 노후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현재 논의 중인 일률적 정년 연장에는 반대했다. 김 교수는 "근로자 평균연령이 40대 중반으로 올라가고 새로운 산업·기술 흡수가 늦어질 것이다. 청년실업이 늘고 세대 간 심각한 갈등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가 국가인구정책 중심 부처로 거듭나야 한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대통령 직속 범부처적 국가경제 이모작 추진단을 구성해 보건복지부가 주관부처가 되어 일사불란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범정부와 지자체, 경제·사회·문화·종교 등 사회단체가 범국가적 인구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체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날 김 교수의 강연은 이스란 복지부 제1차관이 요청해 성사됐다. 이 차관과 이형훈 제2차관을 비롯해 복지부 국·과장 50여명이 참석했다. 강연은 김 교수가 최근 펴낸 책 '청년이 없는 나라'를 기초로 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사회·경제적 발전사를 전쟁과 기술, 경제 등과 융합해 현실을 비판하며 미래를 조망, 해법을 제시하는 문명사학자다.
경직된 공직사회의 과감한 인사·제도적 혁신과 변화도 강조해왔다.

보건복지부는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 초청 강연회를 개최했다. 이스란 1차관, 이형훈 2차관을 비롯 국·과장 50여명이 참석했다. 김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사진=정상균 기자
보건복지부는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 초청 강연회를 개최했다. 이스란 1차관, 이형훈 2차관을 비롯 국·과장 50여명이 참석했다. 김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사진=정상균 기자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