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중대재해 경제제재 두고 업계 "생존 위협" vs 정부 "안전이 브랜드"

김준혁 기자,

김학재 기자,

전민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5 17:37

수정 2025.09.15 17:37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재해 예방은 노사 모두의 이익" 이라며 사고없는 일터, 안전 대한민국을 위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재해 예방은 노사 모두의 이익" 이라며 사고없는 일터, 안전 대한민국을 위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중대재해 반복 건설사에 과징금·등록말소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긴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두고 경영계와 정부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규제 당사자인 건설업계와 경영업계는 "경영·생존을 위협할 것"이라고 반발한 반면, 정부는 중대재해로 발생한 공사기한 연장 등을 예방하는 것이 기업 이미지와 경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업계 "엄벌주의 기조, 경영 위협"

15일 정부가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두고 경영계와 건설업계는 '과도한 규제'라며 일제히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경영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대책은 수사 및 처벌수준 강화, 고강도 경제적 제재 부과 등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엄벌기조와 근로자 권리보장 등이 핵심 내용"이라며 "기업경영을 근본적으로 제약하고, 나아가 기업의 존폐를 결정짓는 전방위적인 내용"이라고 혹평했다.

경영단체는 △형사처벌 확대 적용 △영업이익 기반 과징금 부과 △영업정지 및 공공입찰 제한 강화 △외국인 고용 제한(3년) △건설사 등록말소 요건 강화 등을 포괄하는 이번 종합대책이 "법제화될 경우, 개별 기업은 물론 연관 기업 및 협력업체의 경영에까지 미치는 파급력이 클 것"이라며 "국가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우려했다.



규제의 직접적 당사자가 될 건설업계도 예상보다 강력한 규제가 나오면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10대 건설사인 A사 관계자는 "강력한 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긴장하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제재 수위가 높다"며 "단순 과징금 문제가 아닌 회사의 신용도가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

B 건설사 관계자도 "건설경기 악화로 건설업계 영업이익은 1~2%에 그치는 상황"이라며 "징벌에 초점을 맞춘 대책만 쏟아지면 건설사 대부분이 생존의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건설사업 위축으로 인한 고용체계 붕괴 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C 건설사 관계자는 "강력한 조치에 따른 부정적인 여파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안전이 브랜드…분양가 상한 요인 아냐"

정부의 시각은 다르다. 중대재해로 발생할 영업정지 등이 오히려 건설사 경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인식이다. 건설사를 향한 징벌적 경제적 제재가 부동산 분양가, 공사 원가 상승으로 전가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안전 자체가 브랜드"라며 "사전 예방이 분양가나 원가를 상승시키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노동안전 종합대책 브리핑에서 "이제 안전이 브랜드가 되는 세상"이라며 현대자동차와 볼보의 안전 마케팅 사례를 예로 들었다.

김 장관은 "얼마 전 타이거 우즈가 제네시스 GV90을 탔는데 큰 사고에도 안 다치지 않았나"라며 "현대차의 안정성이 세계적으로 입증된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도 안전한 아파트에 산다는 것 그 자체가 브랜드가 되는 세상"이라며 "더 나아가 만약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작업중지권이 발동되고 공사기간은 더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김 장관은 분양가 상승 우려에 대해 "결코 안전에 대한 사전 예방이 분양가 상승이나 원가를 상승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드린다"고 짚었다.


이외 김 장관은 "앞으로 구체적인 경제적 제재 방안에 대해선 법·제도화될 때까지 노사정 대표자 회의를 통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실질적으로 현장의 숙의성들을 높이는 방향으로 논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김학재 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