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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위원회, 거수기 불명예 씻나… ‘독립·확대 개편’ 논의 탄력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5 18:05

수정 2025.09.15 18:04

전기·가스·열 위원회로 확대 추진
총리실 산하로 옮겨 독립성 강화
전기요금 결정 객관성·중립성 확보
김성환 환경부 장관 "조속히 결정"
정부가 전기요금 결정의 객관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기위원회의 독립 및 확대 개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전기위가 전기·가스·열 위원회로 확대 개편되고 독립성을 확보할 경우, 요금 결정 과정에서 정치적 입김이나 물가당국의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원가주의에 기반한 요금 인상 시 저소득층 부담 증가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사회적 안전장치 병행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회와 환경부 등에 따르면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지난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직 개편이 마무리되는 대로 전기위원회 독립 문제를 포함해 전력망 체계의 근본적 개편과 안정적 관리를 위한 전력감독원 설치 문제를 대통령실과 협의해 조속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기위를 '전기·가스·열위원회'로 확대 재편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전기위 소속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서 국무총리 산하로 옮기고, 중앙행정기관으로 규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와 여당이 전기위원회의 독립 및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요금 결정의 탈정치화 △에너지 요금의 통합적 관리 △공공기관 재정 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풀이된다.

현재 전기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9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 전기사업법상 독립 기구다.

하지만 위원 제청·임명 권한이 모두 산업부 장관과 대통령에게 있고, 실무를 맡는 사무국도 대대로 산업부 과장급 공무원이 담당해왔다. 위원회 사무국 업무공간도 정부세종청사 산업부에 마련돼 있다. 여기에 전기요금 조정안은 한국전력이 제출하면 전기위가 심의하고, 산업부가 최종 인가를 내린다. 인가 이후에도 기획재정부와 협의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문제는 선거를 앞둔 정치권과 물가당국의 영향력이 크고, 위원회가 실질적 결정권 없이 '거수기' 역할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개입은 전기요금 왜곡을 불렀고, 전력공급을 담당하는 한국전력의 부채가 200조원을 넘는 배경이 됐다.

전기위원회를 전기·가스·열위원회로 확대하는 이유는 세 에너지원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천연가스(LNG) 발전은 가스를 연소해 만들어진 열로 증기를 발생시키고, 이 증기가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전기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열은 다시 지역난방용 열 공급에 재활용된다. 대규모 발전소나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폐열은 열 배관망을 통해 주택·건물에 난방용으로 공급된다. 전기·가스·열위원회로 개편할 경우, 이처럼 밀접한 에너지원들을 통합적으로 규제할 수 있다.


또한 전기·가스·열위원회를 '금융통화위원회'처럼 독립적 기구로 만들 경우, 정치권과 물가당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원가를 반영한 요금체계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전기, 가스, 열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통합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총리실 산하에 별도의 독립적인 전기·가스·열위원회를 만들어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고 종합적인 에너지 문제 접근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전기위원회는 공무원 9명으로만 구성되어 있어 전문적 이슈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므로, 사무국의 인력 보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