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유죄→대법 파기환송
"준수기간 정하지 않은 준수사항은 위법"
"준수기간 정하지 않은 준수사항은 위법"
[파이낸셜뉴스] 성범죄자에게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과 함께 준수사항을 부과할 때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면, 이를 지키지 않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전자장치부착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4년 6월 청소년성보호법 위반(강간)죄로 징역 4년과 전자장치 부착명령 7년 등을 선고받았다. 2017년 12월 A씨가 출소하면서 부착명령이 집행됐는데, 지난해 3월 법원은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음주를 하지 말고, 보호관찰관의 정당한 음주측정에 응하라'는 내용의 준수사항을 추가하는 결정을 했다.
전자장치부착법은 '부착명령을 선고하는 경우 부착 기간의 범위에서 준수 기간을 정해 특정시간대 외출제한 등 준수사항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A씨는 지난해 4월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 보호관찰관이 식당 밖으로 나와줄 것을 요구하자, 이에 응하지 않은 채 차량을 운전해 집으로 향했다. 보호관찰관은 A씨의 집을 찾아 음주측정에 응할 것을 요구했고, 음주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0.107%로 나왔다.
이에 A씨는 준수사항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음주 후 술에 취한 상태로 약 8km를 운전한 혐의도 적용됐다.
1심에 이어 2심은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준수기간을 정하지 않은 준수사항은 전자장치부착법을 위반해 위법하므로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추가 준수사항이 위법이라는 점을 들어 음주운전 부분을 유죄로 본 원심 판단에도 잘못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보호관찰관은 이를 근거로 피고인에게 음주측정에 응할 것을 요구할 수 없다"며 "그러한 요구에 따른 음주측정 결과 또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로서,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