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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지자체 합심해 폐교 위기 초등학교 살려낸 통영 욕지도

연합뉴스

입력 2025.09.16 11:10

수정 2025.09.16 14:54

'욕지학교 살리기' 나서 육지 학생 잇단 이사…전입 가족 환영식 통영시, 작은 학교 살리기 조례 제정·전입 주민 머물 주택 지원
주민·지자체 합심해 폐교 위기 초등학교 살려낸 통영 욕지도
'욕지학교 살리기' 나서 육지 학생 잇단 이사…전입 가족 환영식
통영시, 작은 학교 살리기 조례 제정·전입 주민 머물 주택 지원

16일 통영시 자녀동반 전입가족 환영식 (출처=연합뉴스)
16일 통영시 자녀동반 전입가족 환영식 (출처=연합뉴스)

(통영=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추석 연휴를 보름여 앞둔 16일 경남 통영시 욕지도 주민들이 들뜬 마음으로 통영시립욕지도서관에 모였다.

올해 자녀를 동반하고 육지에서 전입한 가구를 환영하는 행사가 이곳에서 조촐하게 열렸다.

지난 8월 대구시에 살던 김모 씨 부부가 초등생 자녀 2명을 데리고 욕지도 서촌마을로 이사 왔다.

이보다 한 달 전 경북 안동시민이던 허모 씨 부부가 유치원생 자녀 2명과 함께 욕지도 관청마을 주민이 됐다.

올 1월엔 통영시에 살던 신모 씨가 초등생 자녀 1명을 데리고 욕지도 동촌마을에 정착했다.



이들은 통영시가 월세를 지원하고 '욕지학교 살리기 추진위원회'가 페인트칠, 도배, 장판 교체 등 청소를 깨끗하게 마친 집에 입주했다.

자녀들은 욕지초등학교, 욕지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 다닌다.

환영식에 참석한 섬 주민들은 "도시와 비교하면 인프라가 뒤진 곳인데도 아이들과 함께 와 줘서 감사하다"며 지난해부터 시작한 '욕지학교 살리기' 활동이 결실을 본 것에 흐뭇해했다.

섬 주민들은 학교 살리기 예산을 선뜻 지원한 통영시에도 고마움을 표했다.

초등생 자녀가 있는 전입 가족이 살 빈집을 리모델링하는 욕지도 주민들 (출처=연합뉴스)
초등생 자녀가 있는 전입 가족이 살 빈집을 리모델링하는 욕지도 주민들 (출처=연합뉴스)


욕지초등학교 학생은 육지 친구들을 환영한다는 편지를 써서 낭독했다.

욕지도는 통영에서 30㎞ 이상 떨어진 남해안 외딴섬이다.

과거 '어업 전진기지'로 명성을 떨쳤으나, 육지와 워낙 멀리 떨어져 있고 어업 쇠퇴와 함께 매년 육지로 나가는 인구가 늘면서 욕지면 인구는 매년 수십명씩 줄었다.

2021년 인구 2천명이 무너졌고, 올해 섬 인구는 1천890명 정도다.

섬 주민이 줄어드니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학생 수가 급감했다.

면에 하나밖에 없는 욕지초등학교 학생 수는 6명, 욕지중학교 학생 수는 7명에 불과하다.

욕지초등학교(옛 원량초) 42회 졸업생인 김종대(73) 욕지학교 살리기 추진위원장은 "내가 1967년 졸업할 때만해도 욕지도에 원량·옥동·양유·도덕초등학교가 있었는데 이제 하나만 남았다"고 말했다.

올해 5월 욕지초등학교 100주년 기념비 제막 (출처=연합뉴스)
올해 5월 욕지초등학교 100주년 기념비 제막 (출처=연합뉴스)


그는 "학생 수가 계속 줄어 학교까지 문을 닫으면 인구 소멸이 더 빨라져 섬 자체가 텅 비게 될 것이 뻔하다"며 "있는 학교라도 지켜야 한다는 다급한 마음에 욕지초등학교 개교 100주년을 맞은 지난해 학교 살리기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욕지학교 살리기 추진위는 올해 초 유튜브에 '작은 학교에서 시작되는 큰 꿈, 욕지초등학교, 욕지중학교로 오세요'란 영상을 올렸다.

자녀를 동반해 욕지도로 이주하면 주거·일자리를 제공하고 장학금 지급·공부방 운영, 골프·스노클링 강습 등 사교육 걱정 없이 작은 학교에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혜택을 영상에 담았다.

또 통영 당포항∼욕지도로 오가는 차도선이 도착하는 곳에 자녀 동반 전입을 환영하면서 연락처를 적은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여기에 통영시는 학생 수 60명 아래 학교를 지원하는 '작은학교 살리기' 조례를 제정해 욕지학교 살리기를 행정·재정적으로 뒷받침했다.

통영시는 올해 제1회 추경에 빈집 정비 예산 8천만원을 편성해 자녀를 동반한 육지 가족이 욕지도에 살 집을 지원했다.


10월에도 초등생 자녀가 있는 서울시민, 부산시민 2가족이 욕지학교 살리기 추진위, 통영시 지원을 받아 욕지도에 정착할 예정이어서 '욕지학교 살리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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