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새똥에 몸살 앓는 울산 삼호대숲.. 알 노리는 포식자 몰릴라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6 13:03

수정 2025.09.16 13:02

울산시, 대나무 생육환경 개선 사업 추진
백로와 떼까마귀 번갈아 머물며 대나무 생육 저해
고사 대나무 제거하고 죽순 자라도록 공간 확보
울산 태화강 삼호철새공원(대숲)에 날아든 여름 철새인 백로와 왜가리가 곳곳에 둥지를 틀고 번식 중이다. 이곳에는 백로와 왜가리 등 백로계 7종이 번식을 한다. 겨울에는 떼까마귀 수만 마리가 월동을 위해 찾아온다. 울산시 제공
울산 태화강 삼호철새공원(대숲)에 날아든 여름 철새인 백로와 왜가리가 곳곳에 둥지를 틀고 번식 중이다. 이곳에는 백로와 왜가리 등 백로계 7종이 번식을 한다. 겨울에는 떼까마귀 수만 마리가 월동을 위해 찾아온다. 울산시 제공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시는 지역 대표 생태문화자원인 삼호대숲의 건강한 숲 조성과 시민 친화적 생태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대나무 생육환경 개선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16일 밝혔다.

철새공원인 삼호대숲은 전국 최대 규모의 백로·떼까마귀 도래지이자 태화강 국가정원과 연계된 울산의 대표 녹지 자원이다. 울산 시민뿐만 아니라 국가정원 탐방객과 일반 관광객에게 쉼터 및 생태 관광지로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대숲 전반에 걸쳐 정비와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 왔다. 한 해 수천에서 수만 마리에 이르는 백로와 떼까마귀가 찾으면서 새똥으로 대나무가 고사하고 죽순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6~8월 여름철 백로의 번식기에는 고약한 분변 냄새가 태화강 국가정원 산책로까지 넓게 퍼지면서 방문객들을 괴롭힌다.

이번 개선 사업은 백로 서식지 보호를 위해 번식지와 그 영향 구역을 대상 구간에서 제외하고 떼까마귀가 도래하기 전인 오는 10월 말까지 진행한다.

개선 사업을 위해 울산시는 대나무숲의 생육상태를 파악하고 소음, 환경 변화 등에 민감한 조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앞서 기초자료를 구축했다. 또 기존 철새 모니터링과 특성 연구 자료 및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작업구역과 방법 등을 선정했다.

울산 삼호대숲 안쪽에 고사된 대나무가 쓰러져 있다. 울산시는 바닥에서 자라는 죽순의 생육을 위해 이러한 고사목들을 제거할 예정이다. fn 사진 DB
울산 삼호대숲 안쪽에 고사된 대나무가 쓰러져 있다. 울산시는 바닥에서 자라는 죽순의 생육을 위해 이러한 고사목들을 제거할 예정이다. fn 사진 DB

작업은 숙영지 환경을 감안해 대나무를 많이 베어내지 않는 선에서 기준 임목 밀도 보다 높게 처리하기로 했다.

특히 삼호대숲 내 고사된 대나무를 베어내고 넘어져 쌓여있는 대나무 등을 제거해 죽순이 올라올 공간도 확보하기로 했다.

고사해 기울어진 대나무가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백로의 둥지가 있는 대나무에 걸쳐 있을 경우에는 족제비 등 상위 포식자들이 이를 타고 올라가 백로의 알과 새끼를 노릴 수 있다.

해마다 울산을 찾는 백로와 떼까마귀들이 산에 있는 나무가 아닌 이곳 삼호대숲을 찾아 줄기가 매끄럽고 높은 대나무 위에 둥지를 트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울산시는 생태적 특성을 고려한 친환경 방식으로 토양을 개량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대나무숲을 조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삼호대숲은 울산의 자연과 역사를 상징하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류가 서식하는 생태적 보고”라며 “이번 사업을 통해 건강한 대나무숲을 유지 보전하고 안정적인 조류 서식지를 지켜나가겠다”라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