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트럼프 "中 100년 경영하는데 우리는"…기업 실적 공개, 분기→반기 변경 꺼냈다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6 15:24

수정 2025.09.16 15:23

"비용 절감하고 경영진은 기업 운영에 집중" 반기별 보고 찬성 
"기업 투명성 저해하고 정보 부족으로 투자자도 제한" 반대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미국 기업들의 실적 보고 주기를 분기별에서 반기별로 줄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미국 내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실화 가능성과 효과를 두고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하면) 비용을 절감하고 경영진은 회사를 제대로 운영하는데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근거를 제시하면서 "기업들이 6개월마다 실적을 보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왜 나왔나?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은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장기증권거래소(LTSE)가 분기별 보고 요건을 폐지할 것을 촉구하는 청원을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힌 가운데 나왔다. SEC가 1970년부터 분기별 보고서를 의무화한 가운데 최근 SEC 내부에선 이 같은 제안에 관심을 표명해 왔다.



CBS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추진하게 될 경우 55년만의 변화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기별 보고서에 관심을 갖는 데는 중국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트루스소셜에도 그는 "'중국은 기업 경영에 50~100년 단위의 관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우리는 분기별로 기업을 운영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라고 반문한 뒤 "그건 정말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반기별 보고서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이번에 처음 내놓은 건 아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에도 비슷한 변화를 제안해 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SEC에 3개월 보고 의무 기간과 6개월 보고 의무 기간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대로 유지됐다.

왜 지금?

1기 행정부 때 실현하지 못한 반기별 변화를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언급한 건 LTSE가 지난주 SEC에 분기별 보고 의무를 폐지해 달라고 청원할 계획이라고 밝힌 이후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이 거래소는 장기 목표에 집중하는 기업들을 상장하고 있다.

LTSE 설립자인 에릭 리스는 "기업들이 단기적 성과에만 우선시하도록 금융시장이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하며 청원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TD코웬의 분석가 재럿 세이버그는 이날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초 추진력을 동력 삼아 이 같은 기업 개혁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특히 LTSE가 제안한 내용은 기업의 규제 부담을 완화하려는 트럼프 행정부 목표와도 일치한다. 지난 3월 미 재무부는 자금세탁 방지 규정에 따른 국내 기업의 실소유자 보고 의무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당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당시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감한 규제 완화 정책의 하나"라며 "미국의 번영을 이끌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게 좋은가

반기별이냐, 분기별이냐를 두고 미국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반기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에선 분기별 보고의 경우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돼 기업들이 상장을 꺼리게 만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 경영진이 분기별 실적의 목표 달성에만 집중하느라 장기 계획에 소홀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미국 최대 기업 200여 곳을 대표하는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은 "실적 전망은 장기적인 전략, 성장,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단기 이익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짚었다.

반대로 분기 실적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보고서의 역할에 주목했다. 투자자들에게 귀중한 재무 정보를 제공하는가 하면 회사가 직면한 새로운 위험을 인지하게 한다고 했다. 6개월 주기로 검토하게 할 경우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분석 회사 세일즈크래프트 AI의 설립자인 샘 캠프너는 자신의 SNS에 "장기적인 기업을 육성하는 기업에는 좋을지 몰라도, 시의성 있는 데이터가 필요한 상장 기업 투자자들에게는 좋지 않을 것"이라며 "정보가 부족하면 정보에 기반한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네소타 대학교 칼슨 경영대학원의 살만 아리프 교수 역시 NPR방송에 "기업이 연 2회 실적을 보고하게 되면 투자자들이 기업의 재무 수치를 자세히 살펴볼 기회가 줄어들어 불법 활동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계 사기를 줄이고 내부자 거래의 기회를 줄이며 자본 시장의 강점을 강화하고 기업이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하려면 투명성이 더 높아지는 게 유익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분기냐, 반기냐를 두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그러면서 회자된 게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게재된 2018년 연구다.
이 연구는 지난 2014년 분기별 보고 의무화를 중단한 영국의 상황을 사례로 짚었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시바람 라즈고팔 교수는 해당 보고서에서 "반기와 분기의 결과가 미묘하다.
두 가지 극단적인 주장의 중간 어딘가에 있다"면서 "분기별 보고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기업의 단기적 이익 관리가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투명성이 파괴되어 투자자들이 암흑 속에 빠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