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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노봉법 맞닥뜨린 기업들… 직무별 실질 지배력 분석해놔야"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6 18:16

수정 2025.09.16 21:24

김용문 법무법인 지평 파트너 변호사
개정안 '사용자 범위 확대' 모호
업무별 지배력 분석·전략 수립을
최근 전문가 포진한 전담팀 꾸려
기업 선제 대응 도와 혼란 막을 것
법무법인 지평 제공
법무법인 지평 제공
내년 3월 시행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을 앞두고 기업들이 혼란에 빠졌다. 법률상 '사용자' 개념이 확대돼 원청·협력사 간 교섭 요구 가능성이 커지고, 교섭 범위도 근로조건을 넘어 경영상 판단까지 넓어질 수 있어서다. 특히 명확한 매뉴얼이 마련되지 않은 만큼 협력업체를 많이 둔 대기업일수록 대응책 마련에 더욱 골몰하는 분위기다.

법무법인 지평의 노란봉투법 태스크포스(TF) 공동팀장을 맡고 있는 김용문 파트너 변호사(사법연수원 35회·사진)는 16일 "업체별 실질적 지배력 기준을 선제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평은 지난달 HR컨설팅, 안전, 환경, 형사, 공정거래 등 30여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TF를 꾸린 바 있다.

김 변호사는 20년의 경력 중 18년을 노동 분야에서 활동한 노동법 전문가다. 대형마트 등 다양한 업종에서 노사관계와 쟁의 문제를 다뤘고, 2015년에는 국제노동기구(ILO)에서 파견근무한 경험도 있다.

김 변호사는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다수 기업의 자문 관련 문의가 들어왔다면서 "지금은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았고, 시행령이나 고용노동부 매뉴얼도 없어 불확실성이 큰 시기"라고 설명했다.

특히 노란봉투법 제2조의 '사용자 범위 확대' 조항은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꼽힌다. 개정안은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를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했다. 김 변호사는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돼 사용자 지위를 갖는지가 첫 번째 장애물"이라며 원청·협력사 관계가 곧바로 사용자성을 뜻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안건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이 있으면 그 사안에 한해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협력업체별, 직무별로 지배력이 다르다"며 기업들이 사안별로 실질적 지배력 여부를 미리 분석하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식품물류처럼 원청이 냉장설비 기준을 정하는 등 관리 감독할 경우와 단순 운송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경우는 달리 판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쟁의행위 범위 확대도 부담이다. 개정안은 쟁의행위 대상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도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기존 판례는 경영상 판단사항에 대한 쟁의행위는 '원칙적 부정, 예외적 인정'이었는데, 개정법은 '원칙적 인정'으로 바뀌었다"며 "이제 사용자가 쟁의 대상이 아님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즉 인수합병(M&A) 같은 경영상 결정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준다면 쟁의 사유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이 규정은 여전히 추상적이어서 법원 판례가 쌓여야 명확한 대처가 가능하다.
김 변호사는 "당장은 기존 핵심 판례 법리를 검토해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평 노란봉투법 TF는 기업 경영 전반이 노사관계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각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김 변호사는 "기업이 겪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무에 최적화된 구체적 도움을 주려 한다"며 "노사관계 자문은 실행 가능한 가이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