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중남미

"美기업 실적보고, 분기 대신 반기로"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6 18:27

수정 2025.09.16 18:27

트럼프 제안에 美SEC 적극 검토
규제 부담 낮춰 장기경영에 유리
전문가 "정보 공백 커져" 회의적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특파원】 "중국은 기업 경영을 50년, 100년 단위의 시각으로 바라보는데 우리는 분기 단위로 회사를 운영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좋은게 아닙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국 기업들이 분기별 실적 보고를 중단하고 반기(6개월) 단위로 보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표명 이후 CNBC에 이 계획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SEC 승인을 전제로 기업들이 더 이상 분기마다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강요받아서는 안 되며 대신 6개월 단위로 보고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이렇게 하면 비용이 절감되고, 경영진이 회사를 제대로 운영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기 집권시에도 이같은 제안을 했다. 당시 위원장이던 제이 클레이튼은 시장의 의견을 수렴했지만 대형 미국 기업들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SEC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폴 앳킨스 위원장과 SEC는 기업의 불필요한 규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 제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전문가들은 반기 보고로의 전환은 트럼프가 임명한 SEC 지도부를 통해 추진될 수 있으며 증권시장을 규율하는 1934년 증권거래법을 의회에서 개정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및 리서치 기관인 에버코어 ISI의 국제정치·공공정책 수석 전략가 사라 비앙키는 "절차상 이 조치는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고 현재 공화당이 3대 1 우위를 점하고 있는 SEC의 단순 과반 표결만으로 가능하다"며 "실제 시행까지는 6개월에서 12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제안은 기업들이 장기 경영을 계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명분이다.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들의 투자 활성화를 노린 것. 실제 2018년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과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는 2018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 분기별 '가이던스(전망치)'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적 보고 자체는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콜로라도대학의 법학 교수 앤 립턴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보고가 덜 빈번해지면 기업 내부자들에게 더 큰 권한이 주어지고 투자자, 애널리스트, 규제 당국은 경제 방향성을 보여주는 거시적 그림을 읽을 수 있는 정보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단점은 투자자들이 기업 운영에 대한 통찰을 얻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prid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