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포럼] 글로벌 사우스와 외교다변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6 18:35

수정 2025.09.16 18:35

권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권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미국의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국제질서의 균열을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사실상 마비되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은 보호주의 관세정책을 세계 경제의 최대 위협요인으로 경고한 바 있고, 미국의 실효관세율은 17.3%에 달해 앞으로 경제성장 둔화와 교역감소는 불가피하다.

규칙 기반의 글로벌 무역시스템이 약화되고 보호무역정책이 강화됨에 따라 기존 서구 중심의 국제질서에도 커다란 구조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서방 중심의 국제질서가 약화됨에 따라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134개국으로 구성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가 정치·경제적으로 빠르게 위상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경제규모는 이미 주요 7개국(G7)을 능가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 역시 2023년 기준 5000억달러를 넘어서 선진국을 앞지르고 있다. 정치·외교 측면에서도 글로벌 사우스는 기존 G7 중심 거버넌스에 의문을 제기하며, '스윙국가'로서 적극적인 실리외교를 추진 중이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에 구조적 도전인 동시에 전략적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과 중국에 의존하는 전통적 양자외교에서 벗어나 다자·지역외교를 강화하고,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을 통해 균형외교에 기반한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기존 시장에 대한 리스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신흥시장 진출을 통한 공급망 다변화와 수출시장 확대는 시급한 국가적 과제이다.

최근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국제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외교다변화 추진을 국정과제로 제시하였다. 신남방·신북방 정책 계승·발전과 함께 유망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하기 위해 지역별 맞춤형 외교전략과 거점국가 중심의 협력정책이 요구된다. 특히 세계 경제성장의 중심축으로 부상하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다층적 협력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동남아시장에 기반을 둔 아세안과의 지역협력전략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연계한 권역별 협력정책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다음 달에는 한·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에 이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최되고, 내년에는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도 예정되어 있다.
필요하다면 범부처 차원의 '글로벌 사우스 협력위원회(가칭)'를 신설하여 지역별·권역별 전략을 수립하고, 단순한 시장분산이 아니라 새로운 수요 창출 및 전략적 파트너 확보를 위한 외교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한국은 대륙과 해양을 잇는 림랜드(Rimland)로서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을 통해 다층적 협력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다극화된 국제질서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기반 확대가 중요한 시점이다.

권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약력 △61세 △서강대 경제학 박사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기재부 경제정책자문위원 △한국동남아학회 이사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전문위원 △국제개발협력실무위원회 위원 △국민훈장 모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