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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재무장관 베선트, 트럼프 반기보고 제안에 투자자 호재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7 01:54

수정 2025.09.17 11:10

【뉴욕=이병철특파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기업의 분기 실적 보고 폐지, 반기별 보고로 전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베선트 장관은 "투자자에게도 좋은 소식이 될 수 있다"며 미국 증시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힘을 실었다.

베선트 장관은 16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과 미국 모두 공공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반기 보고는 비용을 줄이면서도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기업들이 매 분기마다 실적 보고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으며, 6개월 단위로 보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경영진이 단기 실적에 매달리기보다 장기적 목표에 집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상장 기업 수는 1996년 7000여 개에서 2020년 4000개 이하로 줄었다. 강화된 규제와 분기별 보고 부담 탓에 많은 기업들이 상장을 꺼리고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는 흐름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기업 경영을 50년, 100년 단위로 바라보는데 우리는 분기 단위로 운영한다. 이는 좋지 않다"고 지적하며 장기적 관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제적으로도 반기 보고 체계가 일반적이다. 홍콩 증시 상장 기업은 6개월마다 실적을 보고하며, 영국과 유럽연합(EU) 기업도 반기 보고를 기본으로 한다.

다만 미국 내 일부 투자자들은 분기 보고가 기업 재무를 투명하게 공개해 투자자 이익을 보호하는 장치라며 우려를 제기했다. 기관투자가협의회(CII)는 "분기 보고가 사라지면 투자자 보호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최근 10년간 다수의 유럽 대기업들이 본국을 떠나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 미국 시장은 높은 기업가치 평가와 규제 혜택으로 유럽 기업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분기 보고 폐지가 실제로 도입될 경우 미국 증시가 유럽 기업들에게 더 매력적인 상장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법무법인 링크레이터스의 마이크 비넨펠드 변호사는 CNBC에 "게임 체인저가 되진 않더라도, 미국 상장을 검토하는 기업들이 반드시 고려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유럽 기업 유치 효과에 대한 질문에 베선트 장관은 "인기를 얻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답하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사진=뉴시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사진=뉴시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