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취지 몰각...근간 뒤흔드는 행위"
[파이낸셜뉴스]200억원대 사기대출 혐의로 기소된 한의원 네트워크 회사 광덕안정 대표이사와 임원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엄기표 부장판사)는 1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광덕안정 대표 주모씨에게 징역 4년, 임원 박모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주씨와 박씨가 개원을 희망하는 의료인들 계좌로 자금을 일시적으로 이체해 고액의 예금 잔액증명서를 발급하게 한 다음 예비 창업 증명서 증빙자료로 제출하게 한 혐의는 증거에 의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들이 예금과 자금 출처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사업계획서상에 ‘부모 또는 배우자를 통해 마련한 돈’이라고 허위 기재해 신용보증기금(신보) 직원들을 속인 점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신보 직원들의 진술을 근거로 “정확한 자금 출처를 밝혔다면 신보에서 고액 보증서를 발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는 피해자인 신용보증기금의 예비창업 제도 취지를 몰각하고, 단순히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는 수준이나 도덕적인 비난 정도의 수준을 넘어서 해당 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두 사람의 행위가 사기죄의 기망행위이고, 이들에게는 피해자인 신보를 기망해 보증서를 편취한다는 고의 및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봤다. 다만 두 사람이 재판에 성실히 출석해 온 점, 혐의에 법률적 쟁점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함께 기소된 프랜차이즈 지점 원장 등 19명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까지의 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에 대해 “단순한 편법을 넘어 국가의 정책자금 대출과 보증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를 했다”고 지적하면서도, 주씨·박씨처럼 범행을 주도했다고 보기 어렵고 피해 변상 또는 변상 노력이 있었다는 점을 참작했다.
주씨는 2020년 8월부터 2023년 2월까지 허위 예금잔고를 개원 예정 한의사·치과의사의 자기자금으로 속여 총 35회에 걸쳐 259억원 상당의 신보 보증서를 발급받은 혐의를 받았다. 박씨는 같은 시기 한의사와 치과의사를 모집하고, 법인 자금을 일시 입출금하거나 신보 직원을 속이는 방식으로 보증서 발급을 도운 것으로 조사됐다.
신보는 한의사 등 전문자격 보유 예비 창업자에게 최대 10억원 한도로 대출이 가능한 ‘예비창업보증’ 보증서를 발급한다. 5억원 이상의 고액 보증서를 받으려면 자기자금·소요자금·사업성 평가점수 각각에서 최소 5억원 이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일부 지점 원장들은 광덕안정으로부터 일시 차입금을 받아 허위 잔고증명서를 발급받은 뒤, 해당 자금을 곧바로 회사에 반환하고 증명서를 신보에 ‘자기자금’으로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덕안정은 2017년 설립돼 전국에 40여 개 가맹 한의원과 한방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2023년 5월 주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주씨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모 국회의원의 아들이기도 하다. 다만 이번 사건과 해당 의원 간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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