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토목학회장상 대구 달서구 2만년 역사가 잠든 선돌보도교
유적지-생활권 잇고 지역유산 정체성 녹여
안전·쾌적한 이동 도와 사람중심 공간으로
유적지-생활권 잇고 지역유산 정체성 녹여
안전·쾌적한 이동 도와 사람중심 공간으로
선돌보도교의 출발점은 '입석의 가치를 일상 속으로 끌어오자'는 문제의식이었다.
디자인은 정체성·자연친화·안전 등 세 축으로 전개됐다. 먼저 정체성 측면에서 입석의 형상과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구조와 디테일에 반영했다. 교량의 조형은 과시적 장식 대신 유산의 상징성을 간결하게 드러내는 방향을 택했고, 단절된 공원 축을 복원해 공간·기능 연계를 강화했다. 자연친화 측면에서는 국가기술표준원 KSCA 색채분석을 통해 주변의 자연색·인공색을 추출, 구조물에는 저명도의 Y·N계열을, 주변 경관에는 중명도·중채도 팔레트를 적용해 색채 충돌을 줄였다. 야간 보행의 체감 안전을 높이기 위해 거더 상부에 LED 라인등을 매립해 조사 방향을 바닥으로 향하게 하고, 계단 양측에는 매입등을 배치했다. 경사로·계단에는 유니버설 디자인 요소를 반영해 노약자·유모차·자전거 이용자의 접근성을 확보했다.
또 다른 특징은 추진 방식이다. 달서구는 경관계획으로 대상지를 선별한 뒤 실제 이용자 요구를 설계에 반영했다. 그 결과 보행 동선의 연속성, 유산과의 조우 장면, 야간 이용의 안전 등 체감 효용이 높은 항목이 균형 있게 구현됐다.
도시 구조 차원에서 의미도 크다. 성서산업단지와 월배 생활권을 가르는 경계는 오랫동안 단절의 상징이었다. 선돌보도교는 이 경계를 분절이 아닌 연결의 장치로 바꿨다. 유산 인근 보행 접근성 강화로 생활권 내 이동이 촘촘해졌고 문화공간으로서의 이용성이 커졌다. 입석의 상징성을 구조물로 구현해 지역 정체성이 선명해졌고 야간경관 정비는 범죄예방 관점의 체감 안전을 높였다. 무엇보다 장소성 회복을 통해 주민의 자긍심과 공동체 의식이 강화되며 '경관이 곧 일상 서비스'라는 공공디자인의 본령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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