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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텅 빈 건물이 MZ픽 호텔 변신… 비결은 콘셉트·운영에 있어"

최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7 18:56

수정 2025.09.17 18:56

김정은 글로카로카 대표
코로나 때 호텔인호텔 최초 시도
무료 조식·특색 있는 인테리어로
간판 없지만 외국인들로 늘 만실
호텔 넘어 생숙으로 확장 가능성
글로카로카 제공
글로카로카 제공
"공실을 방치하지 말고 콘셉트와 운영으로 답을 찾아야 합니다."

17일 만난 김정은 글로카로카 대표(사진)는 상업용 빌딩의 수익구조 개선을 위한 해결사다. 노후·저평가된 상업용 부동산에 공간 콘텐츠를 개발하고 직접 운영해 현금흐름과 자산가치를 동시에 올리는 모델을 구축해 왔다. 사명인 글로카로카는 '글로벌'과 '로컬'의 합성어로 '당신이 동경하는 곳, 어디에서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들이 동경하는 장소의 경험을 각 지점의 특색과 결합해 호텔 비즈니스로 재생산하겠다는 목표다.



김 대표의 심폐소생술로 살아난 대표적인 곳은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이다. 지난 2023년 김 대표는 이 호텔 19·20층을 묶어 국내 최초 호텔 인 호텔(Hotel in Hotel) '글로카로카 광화문점'을 선보였다. 코로나19로 발생한 공실을 단순 위탁 대신 장기 임대(마스터리스)로 계약해 설계부터 운영까지 일괄 수행 중이다. 2280㎡ 규모의 2개층은 객실 44개와 워크·리빙 라운지로 구성됐으며, 인테리어 콘셉트부터 작은 소품까지 김 대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현재 글로카로카 광화문점은 외부에 간판이 따로 없는데도 만실이다. 좋은 공간이라면 구석구석 찾아다니길 좋아하는 MZ세대의 트렌드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른 아침부터 무료 조식을 먹으러 온 외국인 등으로 라운지가 붐빈다. 글로카로카 광화문점은 '아고다' 평점 9.1점의 만족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사업 시작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초기 계획 대비 매출 약 1.7배를 달성했다.

김 대표는 연세대 주거환경학과 석·박사 과정과 밀라노공대 서비스디자인 석사를 졸업하고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PM, 코하우징 인 밀란의 코리빙 단지 온·오프라인 기획 운영을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공간 브랜딩, 경영학을 복합해 하나의 상품으로 운영하는 비즈니스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도심의 공실을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거점으로 전환하는 '운영형 밸류애드(Value-add)' 글로카로카를 탄생시켰다. 설계뿐만 아니라 리모델링, 상품화, 운영을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 대표는 "고객 자산의 저평가 요인을 먼저 진단한 뒤, 객실·동선·공용부를 재구성해 코리빙·레지던스·워크라운지 등 하이브리드 상품으로 전환하고 금융프로그램과 법률 자문까지 원스톱으로 연결한다"고 설명했다.

글로카로카가 제시하는 모델은 대형 오피스·호텔의 일부 층 공실뿐 아니라 저평가된 대형건물의 가치를 높이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생활형숙박시설이나 준공 후 미분양·저회전 단지 등에 적용 가능성이 크다.
객실 믹스를 기숙사형(기업·기관)·레지던스형으로 재배치하고, 라운지·세탁·보관 등 장기 체류 편의를 강화해 기업간거래(B2B) 장기체류·단체 출장 수요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초기 공실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화 속도는 높이는 구조다.


김 대표는 "글로카로카 광화문점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공실과 상업용 공간을 수익으로 바꿀 비전을 제시한다"며 "앞으로도 공간을 더 빛나게 만들 요소를 발견해 완벽한 공간 경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going@fnnews.com 최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