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순직해병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하는 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사건 당시 최고 책임자였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소환해 11시간가량 고강도 조사를 진행했다.
특검팀은 17일 오전 10시 이 전 장관을 '호주 도피성 출국 의혹'의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이 전 장관은 오전 9시 57분쯤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 출석해 오후 9시 12분쯤 귀가했다. 그는 귀갓길에 취재진과 만나 "할 이야기는 다 했다"며 "(참고인 조사 관련해)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범인 도피 없었고 출국금지 사실 몰랐다는 입장은 여전하냐'고 묻자 "도피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전 장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순직해병 사건 기록을 회수,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항명죄 수사를 지시했냐'는 물음에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 전 장관은 순직해병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수사를 받던 중 지난해 3월 4일 호주대사에 전격 임명돼 도피성 출국했다는 의혹의 당사자다.
범인도피죄는 범인을 숨겨주거나 도피를 도운 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도피 당사자는 참고인 신분이 된다.
이 전 장관은 당시 출국금지 상태였다. 당시 외교부는 대사 임명에 따른 외교관 여권을 발급했다. 법무부는 출국금지 조치에 대한 이 전 장관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같은 달 8일 해제했다.
이 전 장관은 이틀 뒤인(3월 10일) 호주로 출국했으나 국내 여론 악화로 11일 만에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를 명분으로 귀국해 임명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3월 29일)에 사임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출석 길에 "그간 여러 기회를 통해 제 입장이나 사실관계를 충분히 밝혀왔다"며 "그런 내용이 바뀐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노공 전 법무부 차관에게 출국금지 해제 요청서 양식을 부탁한 이유'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에 "출국금지 해제 문제는 너무 어이없는 것이기 때문에 따로 말하지 않겠다"며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특검팀은 이날 이 전 장관을 상대로 주 호주대사 임명부터 출국·귀국·사임 등 과정 전반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이 전 장관은 2023년 7월 순직해병 사망 사건 당시 국방부 장관으로 의혹의 정점 윤 전 대통령을 향하는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기도 하다.
그는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 결과에 대한 이첩을 보류하고 국방부 조사본부가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혐의자를 제외하라고 지시하는 등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박 대령을 부당하게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입건해 수사·기소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있다.
이 전 장관은 지난 7월 특검팀에 의견서를 통해 'VIP 격노설'이 제기됐던 회의 직후 윤 전 대통령에게 순직해병 사건 관련 전화를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수사 외압의 시작점으로 지목된 대통령실 명의 유선전화인 '02-800-7070' 발신자가 윤 전 대통령이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특검팀은 오는 23일 오전 10시 해당 의혹 관련해 이 전 장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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