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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노동시장 둔화는 실질적 위험…이번 금리 인하는 위험관리 차원”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8 04:21

수정 2025.09.18 04:20

[파이낸셜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 연준 청사에서 이틀에 걸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준은 이날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p 내려 4.0~4.25%로 낮췄다. AP 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 연준 청사에서 이틀에 걸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준은 이날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p 내려 4.0~4.25%로 낮췄다. AP 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17일(현지시간) 미 노동시장 둔화에 대해 연준이 우려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이틀 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미 노동시장 둔화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연준의 추가 대응이 빨라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그는 이번 금리 인하는 ‘위험 관리’ 차원이라면서 연준이 장기적인 금리 인하로 통화정책 기조를 바꾼 것은 아님을 강조했다.

그 충격에 상승세로 돌아서던 뉴욕 증시는 하락세로 다시 방향을 틀었고, 떨어진 미 국채 수익률은 오름세로 돌아섰다.

인플레이션 상승 속 노동시장 둔화

파월 의장은 최근 경제지표로 볼 때 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계속 상승하는 와중에도 노동 시장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는 “실업률이 여전히 낮기는 하지만 소폭 상승하고 있고, 일자리 창출은 둔화됐으며 고용 둔화 위험이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파월은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은 최근 상승하고 있고,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둔화의 징조인 고용 둔화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미 경제가 점차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방향을 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날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은 이 같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속에 일단 노동시장을 살리자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내년 1회 인하 놓고 의견 다양

파월은 이날 점 도표에서 내년 1회 추가 인하로 가닥이 잡힌 것처럼 보였지만 내부 의견이 다양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내년에 연준이 세 번 더 금리를 내릴 것으로 기대해왔다.

파월은 비록 점 도표로는 1회 인하로 나타났지만 FOMC 표결권이 있는 참석자 2명이 최대 4회 인하를 예상하는 등 FOMC 위원들 간에 이견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FOMC 위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2회 이상 인하로 마음을 고쳐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위험관리 차원의 인하’

파월은 이번 금리 인하를 위험관리 차원의 인하라고 평가했다.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선제적인 금리 인하로 보면 된다는 것이다.

파월은 “이번 행보는 일종의 위험관리 수준의 인하로 생각할 수 있다”면서 노동 시장 약화에 대응한 선제적인 수단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재 노동시장이 과거와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노동시장 과열에 따른 임금 상승 압력이 주된 위험이었지만 지금은 고용 둔화, 실업률 상승이 주된 위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월은 노동시장이 “정말로 식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빅컷 ‘광범위한 지지’ 없었다

파월은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연준 내에서 빅컷 지지는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0.50%p 인하에 대한 지지는 결코 광범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파월은 아울러 연준의 정책 기조가 급격히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지난 5년 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이후 급격히 내렸다”면서 “새로운 상황에 맞춰 신속한 대응이 필요할 때에만 이런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파월은 이어 “지금은 분명 그럴 때는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비둘기파가 운전대 잡아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채권 거시전략 책임자 사이먼 댄구르는 이번 FOMC 결정으로 볼 때 현재 연준을 이끄는 것은 매파가 아닌 비둘기파라고 평가했다.

댄구르는 이제 연준이 금리 인하로 방향을 틀었다면서 상당한 정도의 인플레이션 충격, 또는 노동 시장이 급격하게 회복하지 않는 한 연준의 통화완화 정책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 독립성 확인

연준의 독립성이 이번 FOMC 결정을 확인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JP모건 자산운용 수석 글로벌전략가 데이비드 켈리는 FOMC에서 단 한 표만 반대표가 나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면서 이는 트럼프의 연준 흔들기가 성공하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켈리는 크리스토퍼 월러, 미셸 보먼 이사 모두 연준 의장 자리를 노릴 지 모르지만 이들조차 트럼프 눈에 들기 위해 연준의 중지를 거스를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이 심지어 스스로는 0.5%p 인하가 필요하다고 내심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이를 표현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연준의 독립성이 지켜져야 한다는 무언의 의사 표시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