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바지매수인' 앞세워 보증금 693억 꿀꺽...전세사기범 71명 검거

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8 12:00

수정 2025.09.18 12:00

매수인당 1~2채 매수, 단속·수사 피해
서울의 한 빌라 밀집 지역. 사진=뉴스1
서울의 한 빌라 밀집 지역.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가짜 임대인을 앞세워 수백억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컨설팅업자 8명, 매수인 브로커 2명, 총괄 모집책 1명 등 71명을 사기 혐의로 검거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들은 2020년 5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임차인 306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693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생활고 등으로 인해 일정 금액을 받고 명의를 빌려주는 '바지 매수인'이 범행에 동원됐다. 이들을 임대인으로 내세우고 빌라 매수와 전세 계약을 동시에 체결한 뒤 매매대금을 보증금으로 충당하는 '동시매매 수법'을 이용했다.



이들은 조직점 범행이 드러나지 않도록 바지매수인 1명당 빌라 1채 또는 2채를 매수하게 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형사고소를 하더라도 단순 보증금 지급 채무 불이행으로 분류돼 단속과 수사를 피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악성 임대인 명단이나 국토교통부 수사의뢰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바지 매수인을 모집한 모집 총괄책과 매수인 브로커 두 명은 컨설팅업자들로부터 건당 200만원에서 1500만원을 리베이트(뒷돈)로 수수해 18억원 상당의 불법 수익을 얻었다. 바지 매수인들은 명의를 빌려준 대가로 모집책들로부터 30만~100만원을 받았다.


경찰은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540여개 계좌 거래 내역 등을 추적한 끝에 점조직처럼 흩어진 관련자들을 특정해 검거했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