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진출 한국 기업들, 관세 위기감 더해 투자 기반 USMCA 명운에 촉각
17일(현지시간) 멕시코 관보 등에 따르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정부는 이날 USMCA 이행 사항과 운용 현황에 대한 정보 수집을 위해 의견 수렴 절차를 개시했다. 이 절차는 60일 동안 이어지며, 당국에서 임의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USMCA 협정에 근거한 규정에 따른 과정이라고 전해졌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련 공고는 북미 3국이 동시에 발표하도록 조율됐다"면서 "미국, 캐나다와의 협의에서는 관세와 노동자 근로 조건 등 민감한 사안들이 다수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블록경제 통상 질서의 거대 축 중 하나인 USMCA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 1기인 2018년에 체결돼 2020년 7월에 발효됐다.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을 대체하는 것인데, 기본적으로 북미 3국 간 상품을 무관세로 수출입 하는 게 골자다.
당시 북미 3국은 USMCA 유효 기간을 16년으로 설정하는 대신, 6년마다 이행 사항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첫 검토 시기는 2026년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정부 출범 직후 USMCA 불공정성을 지적하면서 "이행사항 검토를 넘어 협상 자체를 다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상호관세라는 명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과 맞물려 경우에 따라 미국에서 USMCA 탈퇴 카드까지 꺼내 들 수 있다는 외신들의 관측을 낳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백악관을 통해 공개된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 보고서 요약본에서 이미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USMCA와 관련해 △비시장경제 내용물의 미국 유입 △캐나다에 수출하는 유제품 등의 시장 접근성 △에너지 분야 등에서 멕시코의 차별적 관행 등을 문제 삼은 바 있다.
FTA 미체결국에 최대 50% 수입 관세를 물리겠다는 방침이 그 대표적 사례다. 멕시코 학계서 지한파로 꼽히는 누에보레온대학의 다니엘 플로레스 쿠리엘 경제학부 교수는 "멕시코의 최근 관세 정책은 미국 요구에 부응하는 조처로, 이는 통상적이라고 말하기엔 거리가 멀다"면서 "미국이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멕시코도 유사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인력과 투자 등 무게 중심을 다른 나라로 옮기는 것에 대해 살피거나, 미국계 자본과 연계한 합작 법인 형태로 기술력 유출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대안을 고민하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멕시코 북부의 한 한국계 부품업체 관계자는 "한국·멕시코 양국의 주요 숙제인 FTA 협상 재개와 이를 매개로 한 구속력 있는 교역 강화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며 "필요하다면 최고위급 회담을 통해 물꼬를 트는 등 중남미 거점을 챙기기 위해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쿠리엘 교수는 멕시코 내에서의 현상 유지를 위한 우회 해법으로 "단기적으로는 한국이 미국과의 양자 협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짚으면서 "결국에는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양국 간 FTA 협상 체결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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