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전체의 76%
범죄 연루된 것처럼 속이고 셀프감금시켜
비대면 금융 익숙한 청년층 겨냥...수법 유의해야
범죄 연루된 것처럼 속이고 셀프감금시켜
비대면 금융 익숙한 청년층 겨냥...수법 유의해야
[파이낸셜뉴스] 검찰, 금융감독원 등을 사칭하는 '기관사칭형'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비대면 금융환경에 익숙한 청년층을 속여 1억원 이상의 고액을 가로채는 범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발생한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675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2528억원) 대비 167.1% 증가했다고 18일 밝혔다.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액(8856억 원)의 76.2%에 달하는 규모다. 건수 기준 9079건이 발생해 51.5% 늘었다.
건당 피해액은 7438만원으로 전년(4218만원) 대비 76.3% 증가해 고액 피해도 늘고 있다.
특히 2030 청년층의 피해가 크게 늘었다. 30대 피해자 수는 지난해 524명에서 올해 1013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20대는 3242명에서 3748명으로 15.6% 늘었다.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 2030 비중은 절반이 넘는다.
청년층의 고액 피해도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12월까지 1억원 이상 피해자 중 2030 비중은 17%였지만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26%,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34%로 반년여 만에 두 배로 뛰었다.
보이스피싱범들은 정교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비대면 금융 활용에 익숙한 청년들을 겨냥하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온라인 등기우편 배송 등을 빙자해 피해자에게 접근한 뒤 웹사이트에 개인정보를 입력하게 하고 '구속영장' 등 가짜 문서를 자동 생성해 범죄에 연루됐다고 속인다. 이후 시그널, 텔레그램 등 보안 메신저를 사용하거나 보안이 취약한 구형 휴대전화를 구매하도록 강요한다.
최근에는 피해자를 구속하는 대신 '임시 보호관찰'을 받게 해주겠다며 숙박업소에 '셀프 감금'하게 만드는 형태로도 진화하고 있다.
피해자의 직업 등이 반영된 맞춤형 수법도 등장했다. 자영업자를 상대로 국세청을 사칭해 세금 미납 혐의를 추궁하거나 해외에 체류 중인 교포, 유학생에게 대사관 직원처럼 접근해 해외 마약사건에 연루됐다고 속이는 식이다.
경찰은 '셀프 감금'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최근 홍보 포스터 5만부를 전국 숙박업소에 배포, 피해를 예방하고 있다. 금은방 등 주요 범행 장소를 중심으로 홍보 범위를 확대하고 금융사 직원, 통신사 대리점주 등을 대상으로 현장 교육도 실시할 방침이다.
수사기관은 개인의 범죄정보나 수사서류를 웹사이트에서 열람하도록 지시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특정 메신저로만 연락하도록 하거나 별도의 휴대전화를 개통하도록 지시하는 경우도 없다. 개인자산 검수를 이유로 금융정보 제공을 요청하거나 대출 실행 또는 가상자산 전달 요청 등도 100% 보이스피싱이다. 각종 기관으로부터 연락을 받는 경우 주변에 상황을 공유하고 기관에 직접 확인해야 한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최근의 기관사칭형 범죄는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해 피해 사실을 뒤늦게 알게되도록 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다"며 "범죄 수법과 대처 방법에 항상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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