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KT '소액결제'로 털린 상품권, 중고앱서 세탁됐다"…종착지는 '현금' [다 털리는 세상·中]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9 05:00

수정 2025.09.19 18:39

무단 소액결제 타깃 된 상품권·게임머니
피해자 "중고장터 월드코인 매물로 올라와"
KT소액결제 용의자 진술한 '상품권'도 매물
기막힌 방법으로 '현금화'...결국 목적은 돈
중고 물품이 거래되는 온라인 사이트에는 다양한 유형의 상품권들이 거래되고 있다. /사진=각사 홈페이지 캡처
중고 물품이 거래되는 온라인 사이트에는 다양한 유형의 상품권들이 거래되고 있다. /사진=각사 홈페이지 캡처

[파이낸셜뉴스] KT휴대폰이나 아이튠즈 계정 탈취로 소액결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다시 한번 주목 받은 건 범죄를 저지른 이유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 17일 KT휴대폰 부정결제 사건 관련 유력 용의자 A씨(48)와 B씨(44)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눈길을 끈 건 경찰 조사에서 B씨가 한 말이다. 그는 "소액 부정결제로 취득한 상품권을 현금화하는 범행에 관여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애플 아이튠즈 계정이 탈취돼 142만5000원이 무단으로 결제된 30대 피해자 C씨는 "계정을 탈취해 결제한 내역은 동일했다.

게임머니였다"고 전했다.

상품권이나 게임머니를 할인된 가격에 판매해 현금화하는 일종의 '상품권 깡'으로 돈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현금화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를 이용하거나,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되파는 방식을 취했을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안성진 성균관대 컴퓨터교육학과 교수는 18일 "상품권이나 게임머니는 현금처럼 추적이 어렵다. 그러다 보니 탈취한 계정으로 해당 상품들을 결제해 현금화하는 것"이라며 "특히 소액 결제나 간편 결제는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보안을 포기하기 때문에 이런 허점을 악용한 범죄가 꾸준히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돈 세탁'에 활용되는 상품권·게임머니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엔 금융보안 관련 업무를 한다고 밝힌 네티즌이 최근 발생한 불법 소액결제 유형에 대한 분석글을 올렸다.

이 네티즌은 "최근 발생한 무단 결제건들을 보면 KT는 상품권 충전, 모바일 상품권 등으로 결제가 진행됐다"며 "이에 비해 애플, 구글을 통해 발생된 모바일 결제는 모바일 게임과 관련된 결제가 주를 이뤘다"고 짚었다
탈취된 아이튠즈 계정을 이용해 무단결제된 게임머니 내역서(왼쪽)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해당 게임머니가 거래되는 모습. /사진=제보자 제공, 중고거래 사이트 홈페이지 캡처
탈취된 아이튠즈 계정을 이용해 무단결제된 게임머니 내역서(왼쪽)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해당 게임머니가 거래되는 모습. /사진=제보자 제공, 중고거래 사이트 홈페이지 캡처

실제 C씨의 아이튠즈 계정을 탈취한 용의자는 27차례에 걸쳐 게임머니를 결제했다.

C씨는 "결제 내역이 동일했다. 메이플스토리월드라는 게임에서 사용되는 게임머니였다"며 "9만9000원이면 월드코인 1만3200개를 구입할 수 있는데 이 코인은 온라인에서 현금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고 거래장터에 가면 월드코인이 매물로 올라와 거래되고 있었다. 6400월드코인은 3만원대, 1만3200월드코인은 7만원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실제 메이플스토리월드에서 거래되는 금액의 70% 수준이다.

메이플스토리월드 외에도 리니지M, 리니지라이크, 메이플M 등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모바일 게임도 탈취한 아이튠즈 계정으로 구매하는 인기 품목이었다.

KT소액결제의 경우 용의자인 B씨의 말대로 상품권 구매에 이용됐다. 이 상품권들 역시 중고 거래장터에서 저렴한 가격에 올라와 있었다. 종류도 편의점 상품권부터 배달 플랫폼 모바일 상품권까지 다양했다.

이에 KT는 무단 소액결제 피해가 다수 일어난 뒤 휴대전화 결제대행사(PG사)와 협의해 상품권 판매업종 결제 한도를 100만원에서 10만원으로 일시적으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KT무단결제는 상품권 충전이나 모바일상품권 등을 구매하는데 이용됐다"면서 "문제는 KT가 결제 한도를 축소 조정하면서 게임머니나 아이템 쪽으로 결제 유형을 바꿀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확인 어려운 무단결제

'게임머니·상품권의 현금화'라는 범행 목적이 확실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무단 결제라는 범행을 저지른 이유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최근 여행상품 판매 사이트인 놀인터파크에서 수백만 원어치의 여행상품이 결제된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달 말 해당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여행 상품이 여러 차례에 걸쳐 결제됐다는 피해 사례가 발생했다.

카드사 통보 문자를 받은 피해자들은 휴대폰과 카드를 분실한 일도, 보이스피싱 같은 해킹을 당한 적도 없었다. 결제는 인터넷 간편결제 서비스에 등록해둔 신용카드를 통해 이뤄졌다.

놀인터파크의 결제를 대행하는 PG사나 카드사들도 동일한 내용의 사고가 접수됐다고 알렸다.

피해도 피해지만, 범죄의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결제를 진행한 용의자들은 유출된 개인정보를 이용해 놀인터파크에 불법 접속해 결제를 진행했다. 그런데 놀인터파크 측이 확인한 피해자들의 결제 상품은 해외 여행 상품으로 환불이 불가능해 현금화 자체가 어려웠다.

놀인터파크는 "현금화 하기도, 환불도 어려운 여행 상품을 무단으로 결제한 이유를 우리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금융업계에선 해당 상품을 '재판매'하는 형태로 현금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금융 관계자는 "공연 티켓을 대량 구매한 뒤 암표로 거래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여행상품도 비슷한 방식으로 저렴하게 판매해 현금화하는 게 아닐까 추정된다"고 전했다.

놀인터파크 관계자는 "결제 정보나 범죄 행위 자체를 직접 확인할 권한이 없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경찰 등 관련 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적극 협력해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할 예정"이라며 "또 부정 결제에 악용된 상품은 한시적으로 판매를 중단하는 등 추가 피해 방지에 나선 상태다.
이용자 보호를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알렸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