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새 주36시간 이하 근로자 3배↑…장시간 근로는 급감
OECD 국가 중 감소폭 최대…여전히 긴 노동시간
“노사 선택권 존중·성과보상 확대 필요”…제도 개선 목소리
[파이낸셜뉴스] 중소기업 근로자 10명 중 3명은 주36시간 이하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장시간 근무는 크게 줄고 단시간 근로가 늘어나면서 노동시장 전반의 근로시간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18일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가 공동 개최한 중소기업 인력 포럼에서 “주52시간제 도입 이후 근로시간 단축 흐름이 뚜렷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300인 미만) 상용근로자 가운데 주36시간 이하 근로자는 26.9%로 집계됐다. 2014년 9.3%에서 17.6%p 늘어난 수치다.
국제 비교에서도 변화가 두드러진다. 한국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014년 2075시간에서 지난해 1865시간으로 210시간 감소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폭이다. 같은 기간 미국은 34시간, 일본은 112시간 줄어드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한국의 근로시간은 여전히 OECD 평균(1736시간)보다 길고, 일본(1617시간)·미국(1796시간) 등보다 높은 수준이다 .
연령별로는 40대에서 근로시간 구조 변화가 가장 두드러졌다. 40~49세 근로자의 주36시간 이하 비중은 2014년 9.0%에서 지난해 27.0%로 18.0%p 늘어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장시간 근로를 하는 비중은 오히려 13.0%p 줄었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에서 단시간 근무 확대가 뚜렷했다. 같은 기간 주36시간 이하 근로자 비중이 10.8%에서 29.3%로 늘었다 .
노 실장은 “근로시간 제도가 일·생활 균형과 건강권 보장을 전제로 중소기업 노사의 다양한 선택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혁신 벤처스타트업 종사자에 대해선 ‘한국형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도입하고, 성과조건부주식(RSU)이나 직무발명보상과 같은 성과보상 세제 지원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종근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장은 “근로시간 단축은 삶의 질 향상과 기업 생산성 유지라는 상반된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라며 “특히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기웅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도 “저출산·고령화와 인공지능(AI) 확산 등으로 노동시장이 급변하고 있다”며 “고용의 80%를 떠안고 있는 중소기업이 성공적으로 적응하려면 근로시간 제도 개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종합 토론에서는 임채운 서강대 명예교수를 좌장으로 권순재 중소벤처기업부 국장, 최장호 서강대 교수, 이종관 연세대 교수 등이 참여해 유연근무제 활성화, 장기휴가 지원, 노사정 대화 제도화 등 다양한 보완책을 제시했다.
jimnn@fnnews.com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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